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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아시아 Asia

 

[달의 이면] 낯섦을 이해해보려는 지속적 노력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08-15 17:59
조회
69

조몬 답사 사전 세미나, 달의 이면, 240815, 보나

낯섦을 이해해보려는 지속적 노력

 

나는 죽음이 두렵다. 가족의 죽음을 겪은 뒤에 그 두려움과 상실감은 더 커졌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부재는 여전히 생각만으로도 슬픔에 빠지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들은 삶과 죽음을 따로 떼어 생각하며, 죽음을 삶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인류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는 죽음에 대한 사유의 부족과 근대 이후에 심화된 서양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예속된 결과인 것 같다. 현대인들은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표면에 드러나 보이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이러한 근시안과 편협함은 자신의 존재를 이루는 만물의 연결성과 현재에 중첩된 시간의 연속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찰나의 순간에 집착하며 불멸을 꿈꾸거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를 꿈꾸게 했다.

그렇다면 불멸의 삶을 꿈꾸거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꼭 악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일시적으로 존재의 활력을 잃게 만들어 삶을 위축시키고 공동체의 문화적 독창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익힌다면 이는 악한 것만은 아니다. 태곳적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과 적응하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불멸을 꿈꾸며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뼈저리게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멸을 꿈꾸며 자연과 관계 맺고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 원시 시대 사람들과 현대인들은 참으로 다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두고 현대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달의 이면에서 주체와 언술을 거부하며 ()’를 부인하고 자연을 초월적 존재로 생각하는 동양철학과 모든 것이 주체에서 시작하여 밖으로 나아간다는 원심적 주체론의 서양철학을 비교하고, 동양철학처럼 주체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지만, 서양과 달리 주체가 외부에서 구성된다는 구심적 주체관으로 주체 거부라는 부정성을 긍정성으로 돌려놓은 일본 문화의 독창성을 소개한다. 이는 낯설다는 이유로 다양성과 다름을 배척하려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경종을 울린다.

과거와 전통을 잊고 부분적 사고를 하는 현대인들에게 대륙의 끝 주변부에 위치해 긴 시기를 고립된 채 살아왔지만 다른 문화의 온갖 요소를 완벽하게 종합해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온 일본 문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보인다. 일본은 과거에 충실하면서도 과학과 기술에 의한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껴 고립감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에게 일본 문화는 낯선 것에 적응해 익숙해지는 비밀을 알려줄까? 그런데 모든 것을 주체로부터 시작된다는 서양의 원심론적 주체관과 주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동양철학의 사고 방식 비교는 두 세계의 극명한 차이로 인해 우리에게 오히려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시키거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최소한 몇 번의 견식으로 섣부르게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논하며 그 가치를 따르는 일은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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