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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오른손(2) 발제_오른손의 우월성_종교적 양극성에 관한 연구

작성자
토토로
작성일
2024-08-19 17:58
조회
53

오른손의 우월성

종교적 양극성에 관한 연구


로베르 에르츠의 『오른손의 우월성_종교적 양극성에 관한 연구』의 도입부를 전자책으로 읽으면서, 나의 오른손, 왼손에 대해 관찰을 해 보았다.

오른손으로 바쁘게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책을 읽는다. 꾹 눌러 형광펜 기능으로 표시도 하고, 중요한 부분 책갈피 표시도 하고, 앞뒤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부분 내용을 확인하거나 목차 부분을 클릭해서 책 내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내 왼손은 턱을 괴기 위한 받침대로도 사용되고, 코도 만졌다가 머리도 쓸어 넘기고,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데도 사용된다. 핸드폰에서 시간이나 메시지를 확인한다.

평소에 특별히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종이책이라고 하더라도..크게 다를 것 같지가 않다. 마우스 대신 펜을 든 것 말고는…내 오른손은 능동적이었고 왼손은 수동적이었다. 내 손은 언제부터 중심적이며 능동적이었고, 왼손은 보조적이고 수동적이었을까? 로베르 에르츠는 『오른손의 우월성_종교적 양극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 의문을 풀어보려고 한다.


1.유기체의 비대칭성

사회적으로 오른손잡이가 이상적이라 여겨지고 강요받아 왔다. 통설적으로는 이는 신체 내의 구조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그것보다는 사회의 강제적 압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여러 가설 중 가장 유력한 것이 오른손의 우월성과 대뇌 좌반구의 발달 사이에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이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로, 인과의 순서를 따질 때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인간과 형질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들이 양손잡이임이 밝혀지면서, 오른손의 특권에 는 해부학적 특권이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해부학적 근거 완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비대칭성으로 향하는 유기적인 성향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오른손의 절대적 우월성을 가져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2.종교적 양극성

로베르 에르츠는 오른손의 우월성은 의무적이며, 강제로 부과되고 제재로 보장되며, 왼손은 그것을 짓누르고 마비시키는 금기가 작용하기 때문에 신체 양쪽이 각기 가지고 있는 가치와 기능의 비대칭성은 사회 제도의 특성과 관련 있으며 세속적 이상은 종교적 신앙과 감정의 큰 영향을 받아 성장해 왔기 때문에, 종교 사회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른손과 왼손의 비대칭성(형태상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지만)은 성과 속, 순수와 불순이라는 종교적 상징 체계 안에서 이원적 대립을 보여준다. 오른손은 일반적으로 순수함, 신성함, 권위 등을 상징하는 반면, 왼손은 불순함, 속된 것, 하위계층과 연관된다. 이러한 양극성은 많은 문화에서 종교의 의식, 의례,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오른손의 우월성은 강화되어 왔다. 

성과 속의 대립은 원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원시인은 의례를 통하여 대상이 그 성질을 흡수한다고 여기고 두 세계를 분리하고 보호하면서 수많은 금기와 터부를 만들어 냈다. 

원시 부족의 본질적 이원론은 사회조직을 지배한다. 원시 부족을 구성하는 포족은 성과 속처럼 대립하고 있는데, 나의 포족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성스러우며 내게 금기시된 것이며, 내  토템을 먹을 수 없고, 내 포족 구성원을 죽일 수도 없고, 심지어 그의 주검에 손댈 수도 없으며, 같은 씨족 내에서 혼인할 수 없다. 반면 상대편 포족은 속되기 때문에 나에게 양식, 여성, 인신 공물을 공급하고 내 포족의 죽은 자들을 매장해 주고 의식을 해준다. 이처럼 같은 부족 내에서 대립하지만 보완적인 한 집단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가역적이었던 원시부족의 이원론이 계급제도로 바뀌어 나타나게 되었으며 높은 계급은 성스럽고 우월한 일에 종사하게 되고, 낮은 계급은 불결하고 비천한 일에 종사하며 사회적 양극성이 나타났다. 이것은 원시 부족의 종교적 양극성의 반영이자 결과다.

마오리족의 종교활동이나 종교의식에서 이러한 원시 부족의 양극성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리라라는 의례는 다양한 목적으로 빈번하게 행해진다. 사제는 신성한 땅 위에 두 개의 흙더미를 쌓아놓는다. 그중 하나는 남성을 상징하고 하늘에 바치며 다른 하나는 여성을 상징하고 대지에 바친다. 이때 사제는 두 개의 흙더미에 막대기를 세우는데 생명의 막대기란 이름을 가진 첫 번째 막대기는 건강, 활력, 생명의 상징이자 온상이며, 죽음의 막대기란 이름을 가진 두 번째 막대기는 모든 악의 상징이자 온상이다. 이 의례는 항상 공동체에 위협을 가하는 모든 불순과 악은 죽음의 극으로, 선한 세력은 공동체의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이처럼 의례는 두 개의 극을 따라 진행되고 이 양극은 종교적 의식과 상징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3.오른쪽과 왼쪽의 특성들

오른쪽과 왼쪽의 대립은 그 상징성이 언어에 반영되어, 오른쪽은 주로 긍정적이고 신성한 의미로, 왼쪽은 부정적이고 속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오른쪽에는 성스럽고 규칙적이며 유익한 힘의 관념, 효과적인 모든 활동의 원칙, 선하고 복되고 합법적인 모든 것의 근원이 있는 반면, 왼쪽에는 속되고 불순하며, 허약하고 무능할 뿐 아니라 해롭고 두려움을 안겨주는 존재의 모호한 표상 위치한다. 마오리족 사이에서는 오른쪽은 신, 생명, 왼쪽은 악마, 죽음로 대립하고 있다. 최후의 심판에서 예수가 오른손을 들어 천국을 가리키고, 왼손을 들어 지옥을 가리키고 있다. 인도와 유럽 지역에 퍼져 있는 관념에서도 오른쪽은 내부, 유한함, 보장된 안녕과 평화, 왼쪽은 외부, 무한함, 적의, 영원한 악의 위협 등의 의미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울완가족의 의식에 사용되는 막대기의 예에서도 오른쪽은 남성적 요소, 왼쪽은 여성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증거가 있다. 이처럼 각각 다른 문화나 언어권에서도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성이 보편적으로 언어에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은 사회적 가치관과 연관되어 있으며, 언어를 통해 이러한 상징성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4.두손의 기능에 대하여

앞의 오른쪽과 왼쪽의 다른 특성들이 두 손 사이에 지위와 기능의 차이를 결정한다. 신과 인간 세계에서 오른손은 언제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권위와 힘을 가지고 있으며 신성시되고, 성스럽다. 왼손은 언제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불운과 비정상의 상징이며, 악하고 경멸의 대상이다. 속된 것이 성스러운 것과 섞일 수 없듯, 왼쪽이 오른쪽과 겹쳐서는 안 된다. 악한 손이 왼손의 우세는 불법적이거나, 예외적인 경우에만 나타난다. 만약 속된 것이 성스러운 것을, 죽음이 삶을 지배한다면 인간과 모든 것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른손의 우위는 우주를 지배하고 보존하는 질서의 필연적 교과이자 조건이다. 이러한 오른손과 왼손의 상징성이 오른손잡이의 사회적 강요를 초래한 것이다.

왼손에 마우스를 쥐어본다. 밑줄도 그어보고 앞 뒷장을 넘겨가며 내용도 확인해 본다. 생소한 손의 감각에 지배당해서인지, 우뇌만 돌아가서 인지 책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왼손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잠들어 있는 내 우뇌도 활동을 시작하여 책 내용이 더 잘 이해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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