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서울 우리소리 박물관 답사기] 근원으로의 여행
근원으로의 여행
2025. 3. 8.
유현지
얼마 전, 송소희의 노래 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무녀와 같은 모습 때문이었고,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비단 나만 느낀 건 아니었는지, 사람들의 반응도 열화와 같았다. 어떤 댓글은 이렇게 말했다. “들을 숨가쁘게 달려와서 절벽을 만나 잠시 멈추었는데, 그곳에서 아주 큰 바다를 만난 느낌.” 예로부터 물(水)은 모든 것을 통합, 응축하는 힘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송소희는 의도적으로 음절을 나누지 않고 허밍(Humming)하듯 노래한다. 어떤 댓글의 “발음을 뭉갠 것이 아니라 음절에 음가를 붙이지 않고, 자음과 모음마다 음을 붙여 이어 발음한 것입니다. (중략) 이것이야말로 한국 민요 고유의 음악성이자 소희님 음악의 본질이자 근본입니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약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이 발생했다. 이 혁명으로 인해 수렵 채집 생활에서 정착과 농경생활로 바뀌었다. 이후 문자가 만들어져서 지식의 축적이 가능해졌고, 국가가 생겨 점차 계층이 생겼으며, 제도가 생겼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존재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40만 년 전부터 약 3만 년 전까지, 까마득한 시간 동안 고대 인류는 ‘나’와 ‘너’를 나누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호모 사피엔스 종이 언어를 만들면서 인류는 일원성의 통합된 세계, 정확히 말하면 분화되지 않은 세계에서 이원성의 세계로 넘어오게 된다. 너와 나, 우리 종족과 너의 종족, 인간과 비인간…. 그것을 통합하기 위해 <노래>가 생겼다.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겔(Ernst Haeckel)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고 했다. 한 개체의 발생 과정은 그 종이 진화해 온 과정을 압축해서 다시 보여준다. 엄마 뱃속에서 만들어진 초기 배아는 물고기 같고, 중간 단계는 양서류 같고, 후기 단계는 포유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 생물학에서는 개체 발생이 계통 발생을 완전히 재현한다기보다는 유사한 발달 패턴을 보일 뿐이라고 하지만, 에른스트 헤겔의 말은 분명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말이 비단 생물학적 개체 발생에만 적용될까? SF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했을 때, 난 문득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초기 지구, 우주 저 편에서 생명의 씨앗을 심은 운석이 떨어진다. 이 장면은 엄마 뱃속에서 난자와 정자의 수정과 비슷하지 않나? 그리고 지구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 생명체가 움텄고, 자의식이 분화되기 전의 상태로 한참을 살다가 이후 자의식이 생긴다. 호모 사피엔스 종은 이후 이성과 논리로 세계를 난도질하다가 분화되기 전의 세계를 그리워하며 다시 통합의 의지를 다진다.
연어가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듯 인류는 분화되기 전으로 회귀하고자 한다. 인류 전체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한 개인에게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자의식이 흐릿한 어린 시절을 거쳐, 자의식 덩어리인 시절을 거쳐, 자의식은 나를 넘어 점점 확장된다. 이때 깨달은 자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을 품는 성인이 되고, ‘나’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내 것을 움켜쥐고 보존하기 급급하다.
40만 년 전에 등장해서 약 3만 년 전에 멸종하기까지, 네안데르탈인은 Hmmmmm으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 Hmmmmm은 허밍(Humming)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송소희의 노래 에서 대중들이 반가워한 것도 이해가 간다. 오랜 시간 인류가 잊고 있었던 근원(根源)에 향수를 느끼게 했을 테니.
지금 나는 왜 신석기 혁명 이전, 선사시대를 알아야 하는가? 아직 분화되기 이전의 세상을 맛보아야 통합된 세상의 일부분이라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수십만 년 역사의 삶을 한 개체가 충실히 살아낼 때 비로소 자의식을 거쳐 영성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내 영적 여정을 위해 훔볼트 답사단과 함께 선사시대를 탐험하기로 한다.
영적 여정! 비로소 다시 만날 참 나.
감동적인 답사가 될 것 같습니다. 꼭두의 연주가 송소희의 노래와 함께 들리는듯!
감동적인 답사!!! 한껏 기대중입니다 ㅎㅎㅎㅎ
저도 송소희의 요즘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길을 찾았구나. 생각했어요. 고정되고 단절적 세계에서 벗어나 한발 나아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거를 추구하되 오늘과 연결하려는 분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깨달은 자처럼..
그죠~~!! 뭔가 깨우친 것 같았어요. ^__^!
근원으로의 여행, 영적인 여정을 함께 응원합니다. ㅅ ㅅ
송소희의 노래를 들으며 네안데르탈인의 전일적 메세지 Hmmmmm을 떠올리는 영적인 여정이군요.
송소희의 노래를 들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