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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서울 우리소리 박물관 답사기] ‘한강 시선뱃노래’에 담긴 성스러움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3-09 00:35
조회
42

 

첫 답사가 시작되었다. 답사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였다. 답사팀 여덟 명은 오전 10시에 우리소리 박물관에 모였다. 1층 음원 감상실에 모인 우리는 먼저 답사단에 참가하게 된 소감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곧 오늘 우리가 탐구할 주제에 대해 오선민 선생님의 강의 (주제 : ‘생로병사와 노래의 영성’)를 들었다.

인류는 언제부터 노래를 했을까? 강의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은 주위의 모든 소리를 모방해서 정서를 표현하는 음율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소리를 내고, 소리를 듣는 모든 관계를 공동체적으로 사고했기 때문에 서로간에 끊임없는 교감이 가능했다.(전일성Holiness) 이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의 지능은 구조적으로 구분된 사고 영역에서 정보 교환이 자유롭게 일어나도록 발달했다. 그들은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것을 지각하게 된다. , 여기거기, 하늘땅으로 포착되는 세상을 분할 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들이 가진 차이를 다시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이 성스러움과 연결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분절적 사고로 관계의 고립을 겪는 호모 사피엔스.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노래였다.(노래의 탄생스티븐 미슨) 그들은 노래로 네안데르탈식 전일성이 주는 충만감, 존재 확장의 느낌을 찾는다. 그 느낌은 곧 성스러움이다. 인류는 자신에게 갇히지 않기 위해, 세계를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성스러움을 찾았다.

나는 불과 한 달 전에 이 박물관에 다녀갔지만, 이번에 들은 인류사적 노래 강의 때문에 박물관이 다시 보이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소리 박물관에서 들려주는 노래에서 성스러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를 품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우리소리 박물관은 바깥에서 보면 1층짜리 고풍스러운 기와집으로 전시 규모가 작으리라 짐작하게 되지만 들어가면 지상 1층의 음원 감상실과 지하 1, 2층까지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어 큰 벙커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계단 벽면 흑백 사진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 여럿이 모여 악기를 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리는 나지 않아도 노동요를 부르면 농사하던 농군들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지하 1층에서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거나 달래거나 얼르는 육아의 노래, 농사를 짓거나 바닷일을 하는 노동의 노래, 강강술래나 그네를 타는 놀이의 노래, 죽은 사람을 보내는 장례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번처럼 각 영역을 순회하며 노래를 감상했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관심 있게 보지 못했던 한강 시선뱃노래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로 보여지는 노래가사를 읽으니 뱃사람들이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했다. 예로부터 한강은 서해에서 나는 해산물과 소금 등을 서울로 나르고, 또 내륙에서 생산된 곡식이나 물자를 전국으로 유통하는 중요한 물길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배인 시선배는 유통의 중심지인 한강을 오갔다. 처음에는 강화도에서 마포나루까지 땔감을 실어나르다가 나중에는 조기 등 수산물을 싣기도 했다고 한다. ‘시선뱃노래는 주로 일의 힘듦을 감소시키거나 동작의 일치성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선배는 물결이 비교적 잔잔한 한강을 운항하였으므로, 어선과 같이 동작의 일치보다는 강화도에서 마포까지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긴 시간의 지루함을 떨쳐버리고, 밤을 도와 노를 저어야 했기 때문에 무료함과 함께 잠을 쫓아야 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어선의 노젓는 소리에 비하여 시선배의 노젓는 소리는 다채로운 변화를 중심으로 노래가 짜여 있다. 3소박 4박자에, 선율은 (mi)-(la)-(do)-(re)’의 네 개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다(국악사전).’ 나는 큰 모니터 앞 벤치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들어보았다.

 

() 헤엥차아

() 에에차아/ 저 딸 뜨자 / 배 띄우니/ 우리 배 출범 / 잘 되누나 / 에에차아 / 바다 우에 저 갈매기/ 안개 속에 / 길을 잃고 / 까욱까욱 / 울어댄다 / 에에차아/ 저 달 지면 / 물참 된다 / 달 지기 전에 / 빨리 저어 / 향교참을 / 대어보세 / 에에차아 / 강비탈에 / 젊은 과부 / 뱃소리에 / 잠못 든다. / 에에차아 / 염참목을 / 올라서니 / 선유봉이 / 비치누나 / 선유봉을 / 지나치니 / 장유들 술집에 / 불만 켰네 / 어서 빨리 / 노를 저어 / 행조참에 / 물서대세 / 어떤 사람 / 팔자 좋아 / 부귀영화 / 잘 살건만 / 우리 팔자 / 어이하여 / 배를 타서 / 먹고사나 / 에에차아 / 마포에다 / 배를 대고 / 고사술을 / 올려주면 / 한 잔 두 잔 / 먹어보세 / 에에차아 / 어서 빨리 / 조기 풀고 / 고향으로 / 돌아가서 / 그리운 처자 / 만나보세

시선뱃노래 <노 젓는 소리>

 


   강화부터 마포까지 여러 낮여러 밤을 지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선원들을 상상해보았다. 강 위에서 고립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까나는 노래를 들으며다행스럽게 출발이 잘되면 하늘에 감사하고갈매기가 행여 길을 잃을까 걱정하고중간 정박지마다 만나는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안부와 사랑을 나누고힘든 자기 팔자에 대해 수긍하고할 일을 하고 다시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나를 기다릴 사람이 있는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생각했다이 노래를 반복해서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시선뱃노래는 노래를 주고받으며(메기기/받기진행한다노젓기라는 노동에 노래의 주고받기는 서로에게 리듬과 에너지를 만든다노래는 연결된 하나의 팀으로 항해가 진행됨을 상기시킨다또한 노래 가사에 깃든 의미를 되새기며 삶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다나는 노래를 부르며 자기에 갇히지 않고우주 안에서 타자와 연결 속에서 자신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선원들의 성스러움을 느낀 것 같았다덕분에 나 역시 영적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답사였다.

 


영상 221초 한강 시선뱃노래

전체 4

  • 2025-03-09 11:31

    저도 요새 <블루머신>을 열심히 읽고 있어서 그런가,, 바다 관련된 게 눈에 훨씬 잘 들어오더라구요 ㅎㅎ 저도 그냥 우리소리 박물관 들어왔으면 쓱 지나쳤을 것들을 함께 답사하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넘넘 좋았습니다!


    • 2025-03-09 12:42

      공부가 못보던 것, 안보이던 것을 자꾸 보게 하나봅니다. 콩나물팍팍까지 접수하셨던 너른 시야의 현지샘, 지금은 <블루 머신>으로 무엇을 보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서평 모임을 기대합니다


  • 2025-03-09 22:43

    “공부가 못 보던 것, 안 보이던 것을 자꾸 보게” 하니 배움에 끝이 없네요. ㅎㅎ 이번 답사에서는 소리를 통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의 선조들의 삶을 살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25-03-10 00:08

    <우리소리 박물관>을 파일럿 답사로 다녀오고 나서, 주위에 이 박물관이 도심속 보물이라도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강 시선뱃노래>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또 어떤 소리를 제가 아예 기억을 못하고 있을까요. 노래 가사와 가락에 담긴 “삶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함”을 생각해봅니다.
    올려주신 동영상도 참 좋네요. 관장님 설명도, 엘피 음악으로 듣는듯한 지지직 시선뱃노래도요.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자가 위너네요. 두 번째 답사 기헌샘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