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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서울우리소리박물관 답사기] -삶을 노래하다- 반야수

작성자
banyasu
작성일
2025-03-09 22:22
조회
29

삶을 노래하다.’   



어느 날 인문 공간 세종_훔볼트 답사단의 스스로 걷고 힘들여 질문하고 함께 답을 구한다.’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질문하고 함께 답을 구한다! 는 메세지가 마음으로 다가왔다. 답사지를 쭉 훑어보는데 전국의 박물관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어디든 현장만남이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현장 만남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잠깐 멈칫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 번의 만남도 괜찮다고 하셔서 첫 시작의 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시작한 첫 답사지는 <<서울 우리 소리 박물관>>이었다. 첫 날 부터 조금 늦게 도착했다. 오선민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고 있어서 함께 하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도 전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모두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계셨다. 덕분에 다른 상념을 불러 올 것도 없이 바로(?) 집중할 수 있었다.

선민샘의 강의 중에 노래를 호모 사피엔스만 부른다.”는 것이 무척 생소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노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흥얼거리기라도 하면서 누구나 다 노래를 해봤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아신 듯 노래의 개념은 가사와 멜로디이다.”라고 정의해주셨다. 노래의 발생적 기원을 네안데르탈인의 Hmmmmm에서 찾을 수 있고, 메세지는 있지만 가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후기를 쓰려고 보니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음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나누어 주신 것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 호모사피엔스가 언어를 쓰게 됨에 따라 고립감을 느끼게 된 까닭에, 과거 정서적 안정감의 회복과 집단의 정체성 확인, 신과 소통하기 위한 과정에서 음악이 나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노래를 호모 사피엔스만 부른다.”는 것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답사단에서는 우리 소리와 관련하여 키워드에 맞는 노래를 찾고, 가사 등을 채록하는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 소리 박물관>>에서는 민요를 우리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민요가 전통적으로 소리또는 노래라고 불리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서는 민요를 자장가, , 사랑, 장례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나는 그 가운데 장례를 선택하고 내려갔다. 머릿속에서는 우리소리라고 하니 아리랑이 먼저 떠올랐지만 오늘은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싶었다. 박물관에 표시된 선을 따라 가는데 매우 익숙하게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자장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 즈음 아이들이 방안에 모여 다리를 세며 부른다는 다리세기에서 잠깐 멈추었다. 지난 설에 엄마의 음성으로 녹음한 노래 말 가운데 다리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야 그것이 다리세기인 줄 알았다. 녹음할 때는 몰랐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들려주던 노래들의 출처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박물관에서 노래와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순간에 시공을 초월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답사에서 키워드를 장례를 선택한 것도 장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주 어릴 적 할아버지의 꽃상여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의 기억 속 죽음은 슬프지 않았다. 상여를 둘러싼 화려한 꽃들과 사람들의 노랫가락이 구성지게 들렸던 기억으로 있다.

박물관에는 장례에서 마을 사람들이 불러 주었던 노래는 이승을 떠난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남아 있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 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상주나 문상객들이 망인의 영정 앞에서 하는 곡소리는 음악의 형태로 표현하는 절제된 울음이라고 한다.” 그 곡소리가 어릴 적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던 것이었을까? 지금도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신기한 것은 <<서울 우리 소리 박물관>>에서 만난 노래와 소리들이 지금의 나에게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내게 이번 답사는 노래, 소리를 통해서 우리가 시대를 뛰어넘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노래를 통해 우리가 삶을 다시 이어갈 용기를 얻기도 하는 것을 이번 답사를 통해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의미 있고 재미난 시간이었다. 답사 다음 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매우 익숙한 브람스의 자장가가 흘러나왔다. ~~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듯이 ^^

 

“니나노 니나노 닐리리야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다

, 나비는 이리 저리 날아서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

“아니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나를 찾네 나를 찾네 그 누구가 나를 찾나”

나를 찾는 여행, 훔볼트 답사 흥하기를~~

전체 6

  • 2025-03-10 10:27

    훔볼트 답사가 흥하기를! 당연하고 익숙한 것을 내려놓을 때 ‘위로’가 찾아온다는 말씀이 정말 뭉클합니다. 천천히 반야수 선생님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답사는 반야수 선생님께서 함께 하셔서 더 든든하고 힘이 납니다. 구도의 길, 위로의 길, 평온과 평화의 길, 답사의 길이군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25-03-13 20:06

      네~ 제겐 그날의 답사가, 소리의 흐름안에서 어느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잔잔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자리였습니다. 답사팀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모두 고생하셨어요.


  • 2025-03-10 16:08

    반야수 선생님과 같이 한 답사는 처음이었습니다만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우리소리’를 들으시는 반야수 선생님의 소중한 경험이 부럽습니다~


    • 2025-03-13 19:58

      어머니가 부끄러워하실 것이 연상되지만 동영상으로 소리를 담아볼까? 라는 생각 중입니다. ^^;


  • 2025-03-11 20:37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적어주신 가사는 저희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노래인데, 할머니의 음성으로 또 반야수 선생님의 음성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노래의 힘이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 2025-03-13 20:01

      한 박자 늦게 시작하는 박치에 가까운 저로써는 입말이 살아있는 듯한 민요를 흥얼거림이 좋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날 다같이 노래 한 곡을 해보자고 청해보아도 괜찮았을 것을 한참 지난 뒤에 생각이 났네요. 답사에서 샘을 뵙게 되어 반가웠어요. 저희 챙기시고 시간 맞추어 열차 타러 가시는 샘을 보내는 마음에 아쉬움이 있었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