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서울 우리 소리 박물관 답사기]_삶과 죽음의 노래

작성자
정희경
작성일
2025-03-10 01:30
조회
29

삶과 죽음의 노래 

 서울 우리 소리 박물관을 답사하는 동안 나는 시골 할머니 집의 방 한 켠에 오래되고 낡은 장롱의 물건들이 생각났다. 장롱 안의 잡다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할머니와 우리 가족들의 얽히고설킨 기억들이 스냅사진처럼 떠오르면서 느꼈던 그리움과 아련함, 그리고 간혹 낯선 물건들을 마주할 때의 궁금함, 놀라움 등의 감정들. 보는 것이 아닌 소리로 이런 감정이 소환되는 경험은 나와 연결되어 있는 무수한 관계들에 대한 또 다른 확장이자 인간,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기도 했다.

오선민 선생님의 미니 강의에서 호모 사피엔스만이 타자에 대한 의식이 있고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은 처음 들었을 뿐 아니라 노래의 기원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었던 터라 놀라웠다. 인간이 자연의 소리를 흉내내면서 발전한 것이 노래겠지 그 기원이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가 구성적 의사소통(언어)을 사용하면서 고립감을 느끼게 되자 네안데르탈식의 전일성이 주는 충만감, 즉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신와 소통하기 위해 음악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노래가 생겼났다니!지금 유명 가수들 콘서트에서 그리도 떼창을 불러대는 것이 이러한 네안데르탈적 일체감, 전일성과 연결이 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장가, 베틀노래, 농사요, 뱃노래, 세시민요, 통속민요, 어린이들노래, 장송곡…… 녹음된 소리들에는 세대를 이어 전해 오는 삶의 지식과 지혜, 생로병사, 희노애락이 들어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호상놀이다시래기였다. 처음에 나는 호상(護喪)을 호상(好喪,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으로 생각하고 모든 사람의 죽음이 호상이 아닐 텐데 너무 억지스러운 게 아닌가하는 생각했다. 호상(護喪)의 의미가 초상을 치르는 데에 관한 온갖 일을 책임지고 맡아 보살핀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나니 슬픈 장례와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의 상실감을 극복하는 삶의 지혜였음을 알 수 있었다. 호상놀이의 노래 중 다시래기는 출상 전날의 장례놀이로 해학적인 춤과 노래로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준다고 하며 다시나기즉 다시 태어나기라는 말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비대칭을 조정하는 역할로서 곡소리를 공동체의 일부를 비우는 의식으로, 호상놀이를 다시 채우기 위한 의식으로 볼 수도 있다는 연구 내용에도 수긍이 갔다.

 태어남과 죽음은 변함이 없지만 맞이하는 자세와 과정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생과 사가 대부분 의료 시스템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장례에서 곡소리는 사라졌고 대부분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의 안내에 따라 장례를 지내다보니 거의 동일한 장례 과정을 거친다. 절차와 형식은 달라졌지만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남은 가족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례 과정과 노래를 이제는 유튜브와 박물관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시대의 변화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우리 선조들의 장례 풍습과 역사가 다음세대에게 올바르게 교육되고 전승되길 바란다

전체 4

  • 2025-03-10 16:00

    희경샘. 이번 답사에서 많은 생각을 하셨네요. 저도 오랜만에 안 하던 생각을 많이 해서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장례 의례에 관심이 갔었는데요. 왜 장례 의식을 ‘놀이’라고 하는지도 궁금했어요. 놀이와 인간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 질문을 갖고 다음 답사에 가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 질문인 장례 풍습과 역사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고요. 그래서 같이 파주로??


  • 2025-03-10 18:48

    희경샘을 통과해서 소리가 천천히 퍼져나가는 듯합니다. 물건이 소리를 품을 수도 있겠어요.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소리’가 사라져가는 일이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는 이 부분을 이번주 2회차 답사 시간에 더 이야기나누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늘 마음속으로 떼창을 하고 있음을. .


  • 2025-03-11 01:10

    답사에서 전시물을 보면서 느끼신 감정을 미니강의에서 새롭게 알게 되신 내용을 통해 이해해보신 후기가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함께 할 때 노래가 빠지지 않는 데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군요.


  • 2025-03-13 19:55

    떼창이 네안데르탈인의 전일성으로 연결되는 것이 놀랍습니다. ㅎㅎ 참 즐거운 일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