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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동물원 답사기] 동물원에서 산다는 것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11-18 19:18
조회
37

동물원 답사기/최옥현

 

동물원에서 산다는 것

 

동물원에 가면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원 폐지론자가 되고, 동물들에게 어떤 연유로 동물원에 살게 되었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야생에는 인간 천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우리는 지구 어딘가에 동물들의 천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동물원에 있는 친구들을 안쓰럽게 생각한다. 개코원숭이는 동물원 안에서 무리생활이 가능하지만 침팬지, 고릴라, 하마의 큰 동물 종류들은 동물원 환경의 제약으로 무리에서 배우기 힘들다. 그래서 제 때에 엄마나 무리에게 배우지 못한 동물들은 아주 기본적인 친교와 육아와 생식이 어려워진다. 그래도 동물들은 수의사와 동물복지사와 함께 노력중이었다. 동물원을 없앨 것이 아니라 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원 바깥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동물들아, 너희들이 어디에 있든 살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많이 미안해.

 

어른들과 함께 동물원에 갔다! 인문공간세종 화요인류학팀의 동물원 답사에 따라나섰기 때문이다. 연아 선생님의 딸인 바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른이었다. 어른들과 동물원은 처음이다. 어른들끼리 모여 미술관이나 영화관은 가면서 왜 동물원을 갈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을까? 동물원은 항상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겸 놀이겸 가는 곳이었다.

 

망토개코원숭이의 붉은 엉덩이

 

동물원을 돌면서 제일 눈에 띈 것은 망토개코원숭이(이하 망토원숭이)의 붉은 엉덩이였다. 붉은 엉덩이 부분만 털이 없었다. 털이 없이 붉은 살결이 드러나 있는데 그 부분으로 땅에 앉는다. 털이 없어 연약해 보이는데 저렇게 바닥에 앉아도 될까? 오히려 엉덩이의 굳은 살 때문에 경사진 높은 바위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엉덩이의 털을 없애서 바위와의 마찰력을 높인 놈들이 더 잘 살아남은 것이다.

사육장 옆에는 망토원숭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 제목은 가지 많은 망토네, 바람 잘 날 없다이다. ‘서열 1위 수컷, 나이 많고 이빨 부러졌지만 그래도 지위 있는 수컷, 별일 아닌 것에도 소리 지르며 편들어주길 바라는 암컷, 엉덩이가 부푼 암컷은 인기쟁이등 재미있게 망토원숭이의 개체 성격과 무리 문화가 표현되어 있었다. 힘이 없는 나이 많은 망토원숭이가 존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리 지르며 편들어주길 바라는 암컷의 행동은 축구 선수들의 헐리우드 액션을 연상시킨다.

나는 망토원숭이의 고향이 궁금해졌고 그들은 동물원 밖에서는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졌다. 그들의 본능 유전자에는 어떤 능력이 장착되어 있을까?

망토원숭이는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데 강변, 해변, 사막지대, 고산지대 등에 무리를 지어 산다. 서열 1위 수컷이 4-5마리의 암컷을 관리하면서 교미하고 새끼를 낳는다. 서열 1위 수컷만이 암컷과 교미할 수 있다. 이런 혜택을 받는 이유는 서열 1위의 수컷이 무리를 보호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포식자들이 나타날 때 가장 앞에서 싸우고, 먹이활동을 할 때 위험 상황을 파악해가면서 무리를 이끌어간다. 망토원숭이와 5년을 함께 생활한 동물학자는 자신은 절대로 망토원숭이의 암컷으로 태어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암컷이 다른 수컷에게 잠깐 눈길이라도 주면 암컷은 서열 1위의 수컷에게 얻어 맞는다. 강력한 가부장적 사회를 이루고 있고 이런 식의 무리생활이 그들의 생존력을 높였을 것이다. 어린 망토원숭이들은 친구들과 놀이로서 싸우면서 논다. 그래서 포식자들이 나타나면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인해전술로 포식자를 쫓아낸다.

해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망토원숭이는 인간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 해변으로 향한다. 망토원숭이들이 해변으로 가는 길에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슬아슬하다. 배고픈 표범이 망토원숭이의 새끼를 노린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적은 인간이었다. 망토원숭이가 1년 중 5개월 정도는 야자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데 인간은 야자나무 잎을 채취해 간다. 망토원숭이가 부족민의 삶을 방해한 것인지 망토원숭이에게 총을 쏘는 부족민들도 있었다. 같은 땅의 수확물을 놓고 경쟁한 탓일 것이다.

동물원에 있는 망토원숭이들은 의식주를 제공받고, 다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표범과 싸울 일이 없고, 인간과 먹이를 두고 경쟁하거나 도로를 건널 일이 없다. 동물원에서 사는 일은 수만 년간의 시간이 만들어온 빼곡한 유전자 정보를 못 쓰고 묵혀두는 일처럼 보인다. 그래도 망토원숭이들은 좁은 공간에 포식자가 없지만 자신의 습성대로 1위 수컷의 뒤를 따르면서 사육장을 분주히 빙빙 돌고 있었다. 먹이와 물을 찾아가기 위해 동물원 바깥의 망토원숭이들은 늘 움직이고 있었는데 비슷한 활동의 일환으로 동물원 안에서도 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

 

야생이 반드시 동물들에게 파라다이스만은 아닐 것이다.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멸종되는 동물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낳아지고 자란 동물들은 새끼를 키우지 못하고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성과 짝짓기의 유전자는 가장 기본적인 본성이라 학습 없이도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하마의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한 동물원 태생의 하마는 새끼 하마를 물에 데리고 들어갔다가 익사시키고, 동물원 태생의 엄마 침팬지는 자신이 낳은 자식을 보고도 공격성을 드러낸다. 동물원 태생의 수컷과 암컷 고릴라는 짝짓기하는 방법을 모르고 같이 노는 방법도 몰라서 한 공간에서 대면대면한다. 아무래도 동물원이라는 환경이 몸집이 큰 동물들을 여러 마리 키우기 어렵기때문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엄마의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새끼들은 동물복지사들이 키운다. 그래서 새끼들은 사람을 어미라고 생각한다. 어미에게 3년 이상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아기 침팬지는 무리 문화를 계속 배우게 되지만 동물복지사에게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아기 침팬지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계속되는 악순환이다. 본능은 타고난 것이지만 집단의 사회생활 속에서 문화적 경험이 없으면 쉽게 발현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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