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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 인디언]나바호의 직조가 들려주는 이야기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4-07-15 22:37
조회
248

나바호의 직조가 들려주는 이야기

 

나바호족에게 직물은 자신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나 할머니, 여성 친척들의 직조를 주의 깊게 살피며 그 이야기를 들어 왔다. 그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전 세대 나바호족의 여성들로부터, 또 그 이야기는 그 전 세대로부터 그렇게 이어오며 조금씩 변화해 왔다. 그들의 직조에는 선조들로부터 이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직조는 자신의 부족으로부터 뻗어 나와 있는 하나의 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의 전시에서 보았던 한 영상에서 한 여인이 베틀 앞에서 염색한 실들을 달리하며 베틀에 끼워 넣는 일을 반복하며 직물을 짜고 있었다. 단순히 옅은 황토색, 짙은 갈색, 검정색 등이 이어지는 가로 줄무늬의 직조물을 짜고 있겠거니 하며 무심히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가 그 직조물에 담고 있는 것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전경이라고 했다. 나바호족이 살고 있는 남서부 지역은 건조한 사막 지역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평원이 이어지고, 깊은 협곡들로 모래와 바위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단순히 줄무늬로만 보이던 직조물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이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산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는 듯이 북미 남서부 사막의 모래 언덕과 바위 협곡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녀는 자신이 배워온 방식으로 그곳의 광막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직물은 그녀에게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일이다.

직물을 짜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베틀 앞에서 씨실과 날실을 교차하는 작업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전체의 부분에 불과하다. 직조를 배우는 데도, 만들어내는 데도 아주 긴 시간과 노고가 드는 까닭에 직조를 이어가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통적인 직조는 양털에서 실을 뽑아내는 일부터 시작되기에 가장 먼저는 양을 키우는 일이 있다. 양털을 준비하기까지가 이미 많은 시간이 걸려 이미 그 전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지난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일인 직조는 양을 키우는 일부터 털을 깍고 털을 고르고 거기에서 실을 잣아 내야 한다. 양을 키우는 일은 또 어떤가. 그들을 먹이고 보살피는 일부터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염색 재료들로 실을 염색한다. 베틀 앞에 서기까지의 많은 과정에서 이미 자연의 많은 것들과 연결이 된다.

나바호족의 직조는 그들에게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신이 준 선물이다. 그들의 직물은 최고의 교역품이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여겨진다. 전시에는 나바호족의 직물 여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 중 양털에서 실을 뽑아내고 자연물로 염색하는, 전통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만든 실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덮개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기학학적 무늬가 주를 이루는 다른 직물들과 달리, 전통 문양과 기차와 교역소와 같은 이주민의 문화와 알파벳으로 보이는 문자가 짜여 있었다. 그들은 양털이 귀해진 환경에서 전통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색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적극 활용하여 고유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킨 철도와 교역소 같은 문물을 직물의 무늬로 짜내며 이주민들에 의해 자연 환경이 훼손되어 더 이상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할 수 없게 된 이야기, 전통과 문명 사이에서 힘겹게 균형을 맞추며 현재를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직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전통으로부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나바호족 덮개(Blanket)>

나바호족 장인(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

1900년대 초반, 양모로 직조, 121.92* 74.9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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