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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 인디언] 쉼과 움직임

작성자
이성근
작성일
2024-07-22 21:25
조회
178

  무엇이 인디언의 야생의 사고로 이끌었을까. 아마도 내 마음은 쉬고 싶었던 것 같다. 야생의 대평원에서 티피를 치고 끝없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영혼과 육체를 토닥인다. 모닥불을 피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신과 대화를 나눈다. 우주의 순환, 낮과 밤, 일과 쉼의 순환에 대하여.

  2개월 전, 회사를 뛰쳐나왔다. 20년간 일주일 넘게 쉬어본 적이 없었다. 성공을 향한 무한 질주. 그저 좋아하는 바둑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은퇴자금을 벌어놓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바둑학교를 세우고 싶었다. 미친 듯이 일했고, 혼밥을 7,000원짜리 국밥도 아까워서 라면이나 밥버거로 때웠다. 이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 하늘이 감동해서라도 나에게 달콤한 성공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맹목적인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무참히 신의 징벌을 내렸다. 회사가 수억의 빚을 지게 된 것이다. 10년 넘게 일해서 번 돈이 한순간에 증발한 느낌이었다. 회사 법인 3대 주주로 빚을 갚고, 회사를 키우려고 다시 힘을 내려 했지만,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문이 들었다. 잘살고 있는 것인가.

  3년 전 감이당에서 공부하며, 내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느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확장한 후, 빠른 은퇴를 하여 쉬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라고 착각했다.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3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바둑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바둑은 단순히 영토확장의 놀이가 아니다. 영토의 생성과 소멸이 시시각각 일어나고, 결국 다음 판을 두기 위해서는 모든 돌이 소멸하여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우주의 순환을 담고 있다. 바둑은 인류문명의 시작이었고, 우주 자연 순환의 이치를 알려주는 철학이었다. 인류의 선현들은 아득한 대자연의 밤에 떠오르는 별자리를 보면서 자연의 이치를 사유했다. 지금으로부터 5500년 전 복희씨는 하도 낙서의 바둑알 그림을 보면서 주역 팔괘를 창안했고, 이어서 명리와 바둑이 점점 실용화되었다. 음양의 지혜는 영원한 생성도, 소멸도 없음을 알려준다.



미네콘주 라코타족의 스탠딩베어(1859-1934)가 만든 것으로 추정

  놀랍게도 동북아에서 알래스카로, 다시 아메리카로 건너간 인디언은 순환의 진리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온몸으로 우주의 순환을 일상으로 실현하고 있었다. 낮에는 유목하며 성실히 맡은 일을 하고, 밤에는 티피를 만들어 충분히 쉬었다. 티피는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었는데, 큰 것은 지름 7~8m의 넓이에 5~6m의 높이를 갖춘 팔각뿔 모양이다. 무려 10여 명이 한 티피에 들어가 누울 수 있을 정도다. 처음 티피를 칠 때는 긴 나무 기둥을 여덟 방향으로 세워, 땅에 말뚝을 박는다. 그 위에 들소 가죽이나 천으로 기둥을 빙 한 바퀴 두른 후, 끈으로 주변 바위나 나무에 단단히 묶는다. 그러면 안에 모닥불을 피워도 연기가 천장으로 날아간다. 그래서 모닥불의 열기와 대가족의 온기가 순환하며, 추위를 막는다.

  실제로 티피를 직접 본 순간, 천지자연 음양의 조화를 느꼈다. 밤에는 밖이 춥기에 안은 따듯하게 사람들끼리 뭉친다. 티피의 문을 동쪽으로 하여 해가 뜨면 밖이 더워지기에, 그들은 티피를 해체하여 각자 티피의 구성물을 나누어서 시원함을 유지한다. 죽은 나무 말뚝, 들소 가죽, 이빨 등은 일상의 삶에 보탬이 되고, 사람의 죽음은 땅속의 양분이 되어 자연을 살린다. 세상 경륜이 풍부한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지혜를 선물하고, 아이들은 육체를 써서 물건을 만든다. 그렇게 자연과 인간, 추위와 더위, 노인과 아이가 서로 순환하며 관계를 맺으며 우주의 이치를 알아간다.

 

해를 따라 하루를 보낸 이들의 보금자리

바람도 달도 별도 함께 쉬는 곳

길이 막혔다고 느껴질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너 자신의 노래를 부르라 한다.

라코타 족

 

  낮에는 초원을 움직이고, 밤에는 티피에서 쉬며 마음을 안정시켰을 그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인디언의 노래는 내 마음으로 연결된다. 시공간의 양자적 파동으로 전달되어 나의 노래로 하나 된다. 지극히도 높은 밤하늘이 오늘따라 특히 그립다. 자연도 움직임 뒤에는 쉼이 있음을 마음에 담는다. 끝없는 우주의 밤하늘에 야생의 포효를 조용히 외친다. 후우! 숨이 쉬어진다.

인생은 확장도 아니고 소멸도 아니다. 열심히 일만 하거나, 게으르게 쉬기만 해도 안 된다. 일속에 쉼이 있고, 쉼 속에 일이 있다. 우주 자연을 지그시 느끼고, 관대하게 마음을 열어, 들숨과 낼 숨을 천천히 호흡해 보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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