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들소떼와 함께 호흡하는 삶
인디언 답사 인류학 / 강박순 / 2024/7월 인디언답사
들소떼와 함께 호흡하는 삶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초복이 다가 오고 있었을 때 쯤, 인문공간 세종>에서 박물관 답사 기획을 해서 바로 참여 했다. 주제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이다. 인류학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인디언 문화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곰에서 왕으로>에서부터 아비 바르부르크 <뱀 의식 :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 까지 다양하게 접했다. 인디언의 삶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조상이 실제로 사용했던 다양한 도구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주제로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한걸음에 선생님과 함께 달려갔다.
대평원 원주민 부족의 거주지 : 티피
북미 지역은 상상 이상으로 넓다. 넓은 지역에 다양한 부족들이 각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주변에 환경이 추운 지역은 이글루를 짓고, 북서 해안은 삼나무로 만든 플랭크하우스를 짓고, 초원지대의 평야에서는 ‘티피(Tipi)’라고 불리는 텐트를 친다. 전시회에 들어가면 초반부에 엄청 큰 원형으로 세워진 티피 전시품이 보인다. 마치 몽골 유목민족이 전통적으로 거주하는 게르랑 완전 같지는 않지만 약간 비슷하게 느껴졌다. 피건족이라고 불리는 야영지 이기도 하다. ‘티피’의 외형적인 모습은 원현 텐트 같은 느낌이다. 설치 방법은 평평한 땅에 사람보다 3~4배 큰 나무 기둥을 세운다. 그리고 긴 대나무 막대기로 큰 기둥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지지대를 세운다. 그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가죽으로 만든 천을 기둥 세운 곳 위에 덮는 형태로 한다. 가죽을 자세히 보시면 들소 사냥에서 잡은 가죽이며, 그 가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들소 떼를 따라가는 모습, 들소와 함께 달리는 모습 등… 참으로 다양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티피 설치와 해체는 여자들이 했으며, 남자들은 들소 떼 관리와 사냥에 집중을 했다.
티피가 원형인 이유는 원형은 바닥 땅을 의미하고, 기둥은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쇼쇼니족에게는 대지에 있는 들소 떼가 소중했고, 그것을 연결하는 막대기 하늘에 대한 신성함에 예의를 갖췄다.
들소 떼와 움직이는 삶
쇼쇼니족 뿐만 아니라 대평원 원주민 부족들은 빠르게 설치하고 빠르게 해체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들소 떼가 이동을 하게 되면 같이 따라서 움직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성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들이 들소 떼를 따라 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할까? 들소 떼는 좋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자연의 흐름대로 움직인다. 쇼쇼니족이 들 소떼를 단지 사냥해서 식량을 얻고, 가죽을 얻는 것 밖에 없을까? 그게 전부 였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쇼쇼니족이 들소 떼의 움직임을 그 이상 즉, 자연이라고 보지 않았을까? 자연의 흐름을 따라갈 뿐이 아니였을 까? 전시회를 보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들소를 벗겨내는 도구 이다. 이 도구는 샤이엔족이 사용했다. “ㄱ”자 모형이며, 이 도구는 동물 뼈이다. 사슴뼈, 돌, 나무로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차츰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금속 날도 사용했다고 한다.
들 소 떼를 마구잡이로 사냥을 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었다. 들 소 떼의 양을 조절해야 될 뿐만 아니라 암컷 보다는 수컷을 사냥했다. 이들에게는 종교적인 관습이 있는데 들소들의 희생에 반드시 제의/의례를 치뤘다는 것이다. 들소 떼의 희생을 기르기 위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이렇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가신 혼에 대한 감사와 경의로써 예를 갖췄다. 그래서 부족에게 샤먼의 역할은 남달랐을 것이다. 샤먼은 들소 떼의 흉내, 가면을 쓰고 마치 본인이 들소 떼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빙의가 되면 ‘나’라는 개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행위는 부족과 집단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오늘날 ‘나’ 혹은 ‘개체성’이 크게 올라온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에서는 인디언 부족의 샤먼 활동은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삶 속에서 들소 떼가 없었다면, 이들의 부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들소 떼가 자연의 환경과 기후변화 속에서 살아가듯이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돈과 일 말고 또 다른 것이 있는지 생각은 해보았는가? 한번 쯤 깊게 생각해 봐야 할듯하다. 이번 전시회는 많은 생각을 해주게 만든 뜻깊은 전시회임이 틀림없다.
들소떼와 함께 호흡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