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탐구생활》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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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뱃노래]_전남 신안군 해녀 노젓는 소리
<서해 뱃노래>-전남 신안군 해녀 노젓는 소리
2025.3.15. 최수정
나는 인문공간세종에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을 읽고, 인류의 근원에 음악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음악의 무엇이 인간과 음악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만들었을까? 나는 음악이 무엇인지 노래가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 인문세 훔볼트 답사단을 따라 <우리소리박물관>에 갔다.
나는 그곳에서 먼저 ‘우리소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노래다. 그리고 ‘우리소리’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노동요였다. 특히 노동요라 불리는 농업노동요, 어업노동요는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집단적 특징이 있는 노동요는 대부분이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메기는 소리’를 부르는 가창자는 개인의 즉흥적 기분에 따라 가사를 유동적으로 바꾼다. ‘받는 소리’는 작업에 따른 리듬에 맞추어 여러 명이 함께 힘차게 부르고 ‘메기는 소리’에 비하여 그 가사와 선율이 고정적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어업노동요도 발달해 있다. 그 중 노젓는 노래는 전국적으로 불리고 있으나 어부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로서 지방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한 큰 배의 경우는 다른 뱃노래처럼 집단으로 노래하나 작은 배의 경우는 혼자서 부르는 것이 이 노래의 특징이다.
특히 나는 <우리소리박물관>에서 들은 바다노동요 중 해녀 노젓는 소리의 리듬에 이끌렸다. 이 노래는 과거에 해녀들이 뗏목을 타고 노를 저어서 물질할 장소로 간 다음,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고 나서는 다시 뗏목에 올라 노를 저으면서 돌아오던 중 부르던 것이다. 두 사람이 노를 잡고 저어 나가면서 선소리와 그 모방창을 해 나가면, 뗏목에 동승한 다른 해녀들은 태왁(물질작업을 할 때 몸을 기대는 도구, 전통적으로는 박의 속을 파낸 후 구멍을 막아 사용함)을 치면서 후렴구나 추임새를 하는 형태로 노래가 전개된다. 노젓는 노동 자체가 상당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이 민요도 매우 율동적이며 힘차고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어업노동요는 노동의 성격이 강력한 신체적 동작을 수반하기 때문에 민요의 감정적 여흥의 폭도 비교적 큰 편이며, 따라서 음역도 비교적 넓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노를 젓다가 노래의 흥이 나면 그 빠르기가 점점 빨라지기도 하고, 힘이 들면 다시 느려지기도 하는 등 그 속도는 노동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감정적 흥이 높아진다.
전남 신안군 해녀 노젓는 소리
@에야, 어가라디여, 예야차, 어이기여라
올또 난다/올또 난다
이 노착이/올또 난다
어기야디야/저어라 저라
은지 은지나/이 종사를 안하고
행복한 시상을/하루라도 사리
어기야디야/어기야디야
디여로네/어야
명사십리/해당화야
기 꽃 진다/서러 마라
맹년 이 때/춘삼월에
기 꽃 다시/피어나네
어기야디야/디여로라/어야
어떤 사람/팔자 좋아
고대공실/높은 집에
붓대롱 잡고/전이산데
우리네 신세는/먼 신세로
이 종사 안하고는/살 수가 없네
어이기여라/디여로다
정드는 님을/놈 주면 몸 줏제/어기야디야
가시나무 노착을/놈 줄소냐
어기야디야/어기여라/어기야디야
한주는 물속은/끼어봐야 알고
사람의 속이라는/젂어봐야 아네
어기야디야/어기여라/어기야디야
가뿐 숨을/질게나 빼어
알찬 심이로/당겨주오
어기야디야
잘도 간다/잘도 간다
우리 배가/잘도 간다
어가디야/디여로네
임은 가고/봄은 온데
꽃만 피어도/임의 생각
어가라디야/어기여라/디여로다
논바닥에/갈가마귀
대천 바닥을/헤쳐준데
우리 부모/언제 와서
요내 가삼/헤쳐주리
어기야디야/디여로다/어강디야
올라가네/올라가자
안맨천지/올라간다
디여로다
갈아주게/갈아주오
이 노착을/갈아주오
어기야디야
이 김전을/벌어나다가
멫백년을/먹고 살라
자고 개먼/이 종사가/웬 말이냐
어가디야/어기야디야
*울또 난다:오늘도 나간다
*노착:노
*종사:일
*전이:편히
*놈 주먼 몸 줏제:남을 주면 주었지
*한주는 ~알고:한 줄 목속은 들어가 봐야 알고(‘줄’은 자맥질할 때 한번 활개를 쳐서 들어가는 깊이)
*안맨:가거도 북쪽 앞바다 이름
*김전:금전, 돈
*자고 개먼:자고 깨면
이 노래는 가거도의 해녀들이 잠수질로 해초 등을 채취하기 위해 노를 저어 오가면서 하는 소리.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매우 보기 드문 해녀들 노젓는 소리다. 조용 조용 시작해서 갈수록 활발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노젓는 사람들이 한가지 소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받는 소리를 하는 것도 눈에 띈다. 외딴 섬에 태어나 고생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가거도 여자들의 신세타령이 섞여 있다.
노젓기는 단조로우며 힘이 드는 신체 동작의 반복 속에 가슴 속 깊이 있던 상념이 입을 따라나와 가락에 실린다. 노동에 수반되는 신체 동작이 노래를 부르게 한다. 돌아서 돌아서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