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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탐구생활》 편집실

답사 가고 글을 쓰고!

 

[동해 뱃노래]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명태잡이] 그물 당기는 소리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3-16 00:56
조회
28

<동해 뱃노래 소개>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명태잡이] 그물 당기는 소리

인류에게 노래는 기쁠 때나 슬플 때, 힘들 때 기대고 소리를 내어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노래에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좋겠다. 답사로 다녀온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는 우리나라 뱃노래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동해에서는 명태를 잡고, 서해에서는 조기를 잡고, 남해에는 멸치를 잡던 뱃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다의 수온 상승 여파로 동해의 명태 어획량은 1980년대부터 조금씩 줄어들다 현재는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곧 어부들이 명태를 잡으며 했던 노래도 함께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다.

나는 강릉 사천면에 살던 어부들이 명태를 잡을 때 그물 당기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민요의 가창 방식인 메기고받는소리가 반복되며 노래가 전개된다. 메기는 한 사람이 노래 가사를 넘겨주면 받는 사람 여럿은 후렴구인 예야로 하나의 절을 마무리한다. 뱃사람들은 메기고 받는 과정을 여러 번 주고받으면서 노래한다.

명태잡이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뱃사람들과 노래에 담긴 정서를 생각해본다. 노래의 시작(메기기)은 그물을 당기면서 넘어가는 해를 보고, 매섭게 부는 찬바람에 손발이 시려 그물 당기기를 못할 지경을 표현한다. 노래를 받는 사람들은 내 사정을 알아주는 노래가 들려오면 후렴구로 답한다. 나는 마치 그 후렴구가 그렇지. 그래. 그렇고말고라고 들린다. 경치와 날씨에 대한 시작 다음에는 풍어를 기원하며 그물에 잔뜩 걸려 올라올 물고기들을 상상하며 노래하는데 이때 그물을 잘 걸었다고 어부들을 격려하는 메세지도 함께 보낸다. 다음 절은 애환이 깃든 가사로, 험한 바다에 나와 힘든 일을 하는 자신들의 팔자를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어떤 메기기 가사가 넘어와도 받는 사람들은 그렇지. 그래. 그렇고말고하며 운명을 긍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마지막 가사에서 보여주듯이 이들에게 세상이 온통 힘들기만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신나고, 잡은 물고기로 돈을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니 기쁘다. 그물을 당기는 뱃사람들의 노래에는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후렴) 예야

예야 / 예야 / 예야

땡게 주게 / 땡게 주게 / 예야

동에 동서 / 돋은 해는

일락서산을 / 넘어간다

예야 / 예야

예야 / 예야

홍성나기 / 찬바람에1)

울구 가는 / 저 기러기도 / 에야

손발이 시러워 / 내 못하겠네

에야 / 에야

청실홍실을 / 목에 걸고

소나무 고개를 / 넘어온다2) / 에야

잘도 걸었구나 / 에야

땡게 주게 / 땡게 주게 / 에야

어떤 사람은 / 팔자가 좋아

과대공실3) / 높은 집에 / 에야

붕이영화로4) / 잘도 사는데

예야 / 예야

우리 팔자는 / 무신 팔자가

예야 / 예야 / 예야

이놈으 종사가 / 웬말이요

예야 / 예야

땡게 주게 / 땡게 주게

얼른얼른 / 땡게 주게

예야 / 예야

얼씨구나 좋다 / 기화자 좋구나

예야 / 예야

돈 벌어 가주구야 / 고향 가야지

예야 / 에야 / 예야

 

1)홍성나기 : 바람이름. 겨울에 중국쪽에서 불어오는, 아주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있다고 함. 2)청실홍실을 목에 걸고 소나무고개를 넘어온다 : 배에서 그물을 당길 때 좀더 쉽게 올라오도록 소나무를 잘라서 만든 장치 망깨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이 굴러가면 고기가 든 그물이 쉽게 배로 올라온다고 한다. 여기서는 이 소나무가 굴러가면서, 뒤따라 올라오는 그물을 두고 표현한 것. 3)과대공실고대광실(高臺廣室). 4)붕이영화부귀영화(富貴榮華).

 

해설 : 본 자료는 1994629일에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명주군) 사천면 사천진리에서 채집한 그물당가는소리이다. 본 자료의 가창자로 김학철, 김종순, 강학렬, 전만천이 참여하였다. 목선을 타고 유자망으로 명태잡이를 할 때 그물을 당기며 불렀던 소리이다. 명태잡이는 양력 10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 이루어지며, 명태 말고 청어도 많이 잡았다. 명태잡이 배는 일곱, 여덟 명이 타는 배로, 노가 앞쪽에 두 개, 옆에 두 개, 뒤에 사공이 잡는 노 하나가 있었다. 이 마을서는 예전에는 명태잡이 배가 30여 척이나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명태는 잡히지 않고 양미리가 많이 잡힌다.

 

자료 출처 : 서울우리소리박물관아카이브

*우리소리 아카이브 > 노래 듣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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