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탐구생활》 편집실
답사 가고 글을 쓰고!
[인류학을 나눌레오] 방식을 만들다
두 달 전까지 인문세는 대기업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소통하고 숙제를 업로드했다. 따로 홈페이지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설움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인문세 스타일을 살린 작은 우리 집, 우리 공간 하나 갖고 싶은 바람은 희미하게 있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해결하며 살다보니 내 집 장만의 꿈은 멀어져 있던 차에 고미숙 선생님 말씀으로 인문세 온라인 집짓기 프로젝트에 불이 붙었다. 선생님께서는 인문세 네이버 카페 사용의 어려움을 토로하시고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라는 구체적인 미션을 주셨다. 먼저 우리는 주변에 물어 다른 공동체의 홈페이지를 만드셨던 분과 연락을 취했다. 집을 지어줄 전문가 섭외가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남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고, 어떤 홈페이지를 만들지 전문가와 상의할 내용을 고민했다. 전문가는 따로 만나지 않고도 일을 진행할 수 있음을 알려왔다. 문득 전문가에게 맡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집을 지어야 한다면 어설퍼도 일단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내가 무얼 모르는지도 모르는데 어떤 집을 지어달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원하는 바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직접 해보고 뭘 모르는지 알게 된다면 그때는 전문가와 상의할 수 있게 되리라. 이런 마음으로 유튜브를 검색하니 홈페이지 만들기에 관련된 정보들이 많았고, 그들을 선생님 삼아 인문세닷컴을 향한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대기업만큼 넓고 튼튼하고 훌륭한 집을 지을거야! 훌륭한 건축가가 될거야!
베어하우스에서 오프라인 세미나가 있던 4월 어느 날, 스텝들은 함께 모여서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지 상의했다. 오선민 선생님은 전체 뼈대를 이룰 메뉴의 구조를 생각해 오셨고,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회의 바로 전에 세미나가 진행되었었는데, 이 시간에 참석했던 선생님들도 힘을 보태주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페에서 어떤 것을 가져올지, 어떤 메뉴명이 통일감이 있는지, 상위 메뉴 아래 어떤 하위 메뉴가 들어가야 하는지, 접속할 때 처음 뜨는 페이지는 무엇이 어떤 구성으로 배치되면 좋을지 등을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집 만들 자리에 초석이 하나씩 하나씩 마련되는 것 같았다. 맨 아래부터 인문세 색깔을 품은 건축물이 된 것이다. 건축가 버나드 루도프스키는 『건축가 없는 건축』에서 세계의 토속건축을 소개한다. 그가 소개하는 건축물은 각각 사는 곳의 지형과 기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지은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처럼 산을 밀어버리고 바다를 육지로 매립하는 식으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들은 주저 없이 지형의 복잡함을 감수한다. 소개되는 모든 건축물은 다른 건축물과 동일할 수 없고 각각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목적에 완벽하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유행주기를 타지 않고 불변성을 가진다. 이 불변성은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면에서 고집스러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상황에 유연하지만 자기 방식을 잃지 않는 건축물인 것이다. 우리가 만든 홈페이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아직 수두룩 빽빽이지만 할 수 있는 한에서 인문세의 방식과 색깔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 되면 어떨까? 사실 이런 생각을 내내 품고 만들었다기보다는 만들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 네이버 검색에서 이문세에게 가려진 인문세 하지만 구글에서 조금씩
– 토속 건축물과 함께 : 1) 걸어다니는 긴 곡식 창고와 끝을 모르는 게시판
– 토속 건축물과 함께 : 2) 이전에 적응했던 네이버 카페, 그리고 현재 홈페이지에 적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