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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류학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고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07-08 17:58
조회
181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고

 

길가메시 서사시는 앤드류 조지가 엮어 만든 작자 미상의 인류 최초의 영웅 신화로, 초기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르크의 왕인 길가메시의 모험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1부의 아카드어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표준판본을 시작으로 2부에 수메르어 길가메시 시들과 3부에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의 구버전 파편들, 4부의 다양한 바빌로니아 파편들을 집대성한 것인데, 저자에 의하면 길가메시 서사시는 지금도 서로 다른 시기에 서너 가지 언어의 점토판이 출토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 나는 1부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표준판본이 쉽게 읽혔다. 신에 의해 운명지어진 미성숙한 인간의 모험과 여정, 성취와 좌절, 고난과 노력으로 인한 기념비적 업적과 성장 서사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스콧의 농경의 배신에 의하면 농경의 재배와 함께 성립한 제도인 국가는 사람들을 제도에 예속시키고 착취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성을 성문화해서 권력을 공고히 유지해왔다. 이미 도시국가가 형성된 이후에 왕의 역할에 따른 삶의 지침, 조언, 성장기가 점토에 기록된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이러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텍스트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미숙했던 길가메시 왕이 성장을 이뤄낸 모험담과 업적, 깨달음을 칭송해야 할까? 아니면 국가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게 두 눈을 크게 뜨고 글에 숨겨진 비밀이나 오류를 찾아내야 하는 것일까? 길가메시는 일곱 신에 의해 우르크의 우매한 인간들을 보호하고 이끄는 든든한 방패이자 목자의 역할을 부여받고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힘으로 백성들에게 압제를 가한다. 이에 신들은 백성들의 하소연으로 길가메시의 대항마인 엔키두를 창조했다. 야생에서 태어나 야생동물들이 키웠지만 문명에 길들여지며 온갖 경험으로 다져진 길가메시의 맞수이자 조언자인 엔키두를 중심으로 길가메시 서사시를 다시 읽어 보겠다. 엔키두의 죽음으로 길가메시는 도시국가의 왕에서 심연을 본 사람으로 변신해 국가의 토대를 이루는 물건과 사람들. 그 행위에 깃든 지혜를 성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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