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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류학

 

 

[반구대 후기] 기도, 자연과 조응하려는 마음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07-15 15:33
조회
198

기도, 자연과 조응하려는 마음

 

오늘도 나는 기도를 한다. 밤하늘에 밝은 달을 보며 나와 가족, 지인의 건강을 기원하고, 반짝이는 별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소원은 구체적일수록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그런 측면에서라면 나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을 헛된 소망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언제,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나는 기도를 떠올리면 두 손을 마주하고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되새기며 천지신명(天地神明)께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과 자식의 무탈과 성취를 바라며 108, 3,000배를 올리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식이 부모의 입장이 된 뒤에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다더니. 무더위와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꿈을 향해 매진하는 축구 꿈나무 막내아들을 응원하며 기도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문세 인류학팀은 스티븐 마이든의 빙하 이후를 필두로 선사시대 유적과 유물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그려보는 고고학적 탐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공부의 일환으로 대략 7000년 전에 제작된 걸로 추정되는 암각화를 만나기 위해 울산 대곡리, 천전리 반구대 답사를 다녀왔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서기전 20.000년 최후빙하극성기와 이후 지구온난화의 극심한 기후 변화에 맞서 현생 인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며 살아야 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거대한 흐름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살아온 현생 인류의 자취는 사람들과 사태를 성급하게 판단하려는 마음을 멈추게 한다. 암각화는 자신이 관계 맺고 살던 미지의 대상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총체적으로 통찰하려는 인류의 노력과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을 기도라고 부른다. 이러한 흔적 앞에서 산업사회에 예속된 현대인들은 자신과 시대의 척도로 재단하며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착취하며 살아가던 방식에 의문을 가지게 되며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 이제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자연과 깊은 교감을 나누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낮에는 어부로, 밤에는 고래를 새기며 삶의 예술가로 살아온 선사시대 사람들의 예술품을 감상해보자. 거대하고 단단한 돌에 새겨진 암각화를 통해 우리는 주어진 조건에 맞춰 자신의 도구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창발하며 거대한 힘과 조응하며 살아왔던 조상들의 지혜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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