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인류학
[빙하 이후] 기후에 적응하는 사람들
나일 강의 고기잡이
『빙하 이후』 러복의 마지막 여행지는 아프리카다. 적도에 걸쳐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오늘날 지구상 가장 기온이 높은 사하라 사막을 포함하여 여러 사막들을 품고 있다. 최후빙하기에 사하라는 오늘날보다 훨씬 넓고 건조했다. 서기전 20,000년 해수면이 낮았던 시기, 나일강은 가파른 협곡과 거대한 사구 사이를 흐르다가 하곡이 서로 만나거나 갈라지고, 흐르다가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대략 2000년 동안 이곳을 빈번하게 찾았는데 발견된 석기의 모양에서 가족과 집단마다 나름의 도구 제작 방식을 발전시키고 전수했음을 알 수 있다. 수렵채집민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곳을 자주 찾아왔을까. 비가 많이 내리는 7월이면 강의 수위가 올라갈 즘 수렵채집민들은 계곡의 사암 절벽 아래에 자리한 사구에 캠프를 만들었다. 강물이 차오르기 전에 땔감을 모으고, 바구니를 짜면서 계절을 지낼 준비를 했다. 그들이 이곳에서 야영하는 이유는 홍수에도 안전한 장소이고 엄청난 메기떼의 방문, 그리고 메기가 돌아간 이후에도 장어가 낳은 알에서 나온 작은 치어들로 식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는 늦여름 여자들은 식물을 채집했다. 땅속에 뒤지개를 집어넣어 덩이줄기를 캐냈다. 부드러워 먹기 좋은 뿌리만 골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고, 나중을 위해 남겨두기도 했다. 덩이줄기의 요리법은 고되 보였다. 말리고 벗기고 가루로 만들고, 물에 적시고 저어서 독소를 제거한 후에 곤죽처럼 된 것을 둥그렇게 빚어서 불에 요리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요리하는데 모두가 같이 먹는게 아니라 막 젖을 뗀 어린 딸들을 먹인다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강의 범람에 잘 적응한 사람들은 기후변동이 시작된 서기전 12,500년 즈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꼭 평화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강가에서 발견된 무덤의 흔적은 폭력적인 죽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마이든은 이 죽음의 원인을 먹을 것이 풍부하고 안전을 제공했던 야영지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프리카 경관의 발달
루케냐힐에서 작은 동물의 뼈가 플라이스토세 유적에서는 보이지만, 홀로세 유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로 서기전 20,000년에서 12,500년 사이, 동아프리카 경관이 오늘날보다 훨씬 건조했음을 알 수 있다. 짧고 거친 풀을 뜯는 환경이 필요했던 작은 영양 종류는 지구온난화로 지형경관이 바뀌며 절멸한 것으로 짐작된다. 중앙아프리카 호요 산(Mount Hoyo)의 마투피(Matupi)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중앙아프리카의 열대림이 최후빙하극성기와 그 직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가늠하게 해 준다. 남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열대림은 최후빙하극성기 동안 그대로 존속했지만, 아프리카의 열대림은 크게 줄어들어 넓은 지역이 사바나와 반사막 지대로 변하였다. 오늘날 숲인 지역이 과거에는 초원이었다. 홀로세가 시작되며 비가 많아지면서 식물과 동물이 사막을 점유하며 숲으로 변모하였다. 서기전 5000년 즈음 강우량이 떨어지면서 이제 아프리카 환경은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