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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류학

 

 

[글공방 <나루> 오선민 선생님 애니미즘과 정의 후기 – 애니미즘 세계의 옳음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07-06 15:50
조회
182

감이당 글공방 <나루> 애니미즘과 정의 후기

 

   감이당 글공방 <나루> 애니미즘과 정의 후기

 

 

애니미즘 세계의 옳음

2024.7.6. 최수정

 

현대사회의 상품숭배는 백화점 앞에 줄을 서게 하고, 집안에는 뜯지 않은 상품 포장이 넘쳐나게 합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물건에 집착하는가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오선민 선생님은 이것은 인류의 오랜 사고체계인 애니미즘에서 비롯됐다고 하십니다. 상품과 애니미즘의 연관성은 물건()’이 있다는 애니미즘 사상의 하위 개념 패티시즘(fatichism)’에 있습니다. 패티시즘은 물신숭배라 할 수 있는데요. 물건에 영이 들어있다는 개념에 숭배형식을 덧붙인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에 개념이 사라지고 숭배형식만 남은 것 같습니다.

애니미즘’, ‘패티시즘이라고 하면 옛날 미신적 사고체계라고 생각하고 사라진지 오래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선민 선생님은 그것이 어떤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상품의 관계를 고대의 시장 형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장발달의 역사를 보면 시장은 언제나 성당을 끼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애니미즘이 발달했던 고대인의 공동체 안에서는 물건이란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들어있는 물건은 선물이나 증여의 수단이었지요. 그런데 사회가 발달할수록 물건을 교환하는 장소가 필요해서 시장이 발달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들어있는 물건을 사고팔 수 없었기 때문에 을 세척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각자 자기가 키우고 다듬고 만든 물건에 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을 판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죠. ‘이 떨어져 나간 물건만 으로 가치를 입혀 사고팔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물건에 달라붙어 있는 영을 어떻게 떼어냈을까요? 바로 시장 옆에 성당’, 성스러운 장소를 두는 방책을 썼습니다. 성당에 모셔져 있는 성령의 힘에 들이 세척된다고 여겼습니다.

또 하나는 고대 이슬람의 교역만 보더라도 교역을 어떤 지극한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천일야화는 상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상인인데요. 하지만 그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얻는 목적은 상품이 아닙니다. 주인공들은 신기한 물건을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합니다. 물건을 얻기도 하고 갖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곧 어딘가에서 잃어버리고 사라지기도 하지요. 영원히 그 물건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 교역자들은 다채로운 영들과의 관계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모험가였습니다. 영들을 탐험하는 모험으로 활기를 얻는 여행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애니미즘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 1832~1917)의 기본 정의는 만물에 영이 있다(들어간다)’입니다. 만물은 물체적 관계와 정신적 관계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물체적 관계를 선택하기 때문에 정신적 관계의 주체인 이 물체적 관계보다 더 파워가 있어보이지만, ‘이 거처할 물체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우위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둘은 서로 상보적 관계입니다.

오선민 선생님에 의하면 타일러는 산업화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연 세계와 관계 맺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여 애니미즘사상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 시대 타일러도 인간과 자연 세계가 분리되어 점점 회복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잠깐 설명되었듯이, 현대사회에서 애니미즘은 물건이나 행동에 파생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시던 볼펜, 노트, 키우는 화분, 돌 등에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우리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선민 선생님은 우리가 그것들에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가 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볼펜, 노트, 컵 등이 그 선생님에 선생님의 영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물건들이 나에게 다른 물건과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만물에 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물건에 누군가의 영의 일부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우리의 정신은 분열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오선민 선생님은 애니미즘 사상에서 분열’, ‘분열자가 건강한 인간이라고 합니다. 우리 신체나 정신은 원래 분할 할 수 없는 하나가 아니라 손의 영, 발의 영, 눈의 영, 입의 영이 따로따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들고 있을 때 손과 핸드폰 사이로 영이 오간다고 말할 수 있다네요. 잘 생각해보면 핸드폰이 나인지 내가 핸드폰인지 모를 정도로 핸드폰을 오래 사용한 적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오선민 선생님은 애니즘과 옳음, 정의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애니미즘은 만물에 영이 있고, 그것들은 들어갔다 나오는 활기(animacy), 즉 유동성을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물체적 형태가 있는 만물의 신체는 영의 처소가 되고, 정신은 영의 인격이 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얼마든지 각각 분열합니다. 특히 처소로서의 신체는 인격이 들고나는 장소인데, 자기 신체를 얼마나 변용할 수 있느냐가 영력이 뛰어남을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뱀의 움직이는 모습은 지그재그 모양의 번개를 닮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뱀을 물고 있으면 비가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로 사고가 확장됩니다. 이를 실행할 때 사람은 뱀이 됩니다. 필요할 때 자기 신체에 필요한 영이 들어오게 조작하는 기술이 샤먼의 기술입니다.

애니미즘 세계에서의 옳음이란 신체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영이 들어오게 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신체의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 인간과 자연 세계들 오고 가며 온전한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애니미즘 세계에서는 이 들어갈 수 있는 능력에 인격개념을 씁니다. 영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자연 자체입니다. 그런의미로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다. 잠을 자야 할 밤에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다. 언제나 나의 신체에 만물이 존재하는 방식대로 을 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사람다움은 나의 신체를 바람에 입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 몸에 곰 가죽을 걸치는 것은 그 순간 나에게 곰의 영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야생의 세계에서 인격개념은 우주의 영적 능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의 신체가 얼마나 유동적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인격을 갖는 존재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동식물, 살아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물 등 어떤 것도 가능합니다. ‘인격개념이 활성화되는 분야나 양태가 다를 뿐 영을 경험하는 감정과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격들인 얼마나 많은 을 들일 수 있게 수련하며 사람이 되어가는가가 애니미즘 사회의 옮음인 것 같습니다.

 

애니미즘 세계에서는 분열된 다층적 차원이 존재합니다. 고대사회에서 추장빅맨이었습니다. ‘우리’, 만물’, 자연 전체를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가 말하고 걷고 자는 방식은 자연을 대표하는 행위가 됩니다. ‘빅맨카스트제도는 전체 속에서 부분적 활동으로 존재하는 우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라는 존재는 다층적 세계에서 지금 이곳에 있는 입니다. 현대적 의미의 절대자와 차별적 계층 관계와는 다른 것이지요.

애니미즘 세계에 살며 만물을 다 자기로 느끼는 수렵채집민들은 분열증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생명력은 많은 과의 만남, 다채로운 관계에서 증식됐습니다. 영력이 옮겨갈 때마다 상이한 관계 수용력이 생기고 힘이 더 세지는 것입니다.

수렵채집민들이 동굴이나 바위에 그렸던 암각화도 이런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바위에서 손을 갖다 대면서 그 신성함을 나에게 이전합니다. 나에게 이전되어 오는 영은 최고로 강력한 영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과 접속하고, 물질적 관계와 인접하며 나의 영력을 증식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련이 필요합니다. 위대한 영이 아무데나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력을 이전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계 자체를 깨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력이 제대로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테스트도 합니다. 영력 증식 테스트를 할 때 자꾸 문제가 생기는 지점에 있었던 사람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모든 것과 모든 것이 함께하는 관계에서 나의 영력, 나의 건강이 증식할 때 공동체의 영력도 커지기 때문에 관계의 배치가 중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문제가 생긴 관계의 배치를 바꾸는 일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은 영의 양적 증식이 아닙니다. 강한 생명력을 위한 질적증식입니다.

 

애니미즘 세계에서 우리는 만물입니다. 오선민 선생님은 우리라는 것 안에 물건을 넣는다면, 이 물건 안에 누군가의 웃음, 눈물, 기억이 모두 들어있다고 느낀다면 물건을 함부로 버릴 수 있을지 묻습니다. 만물이 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들과 끊임없이 다양한 관계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애니미즘 세계에서 우리는 힘을 주고받는 공유재라는 것입니다. 조건에 따라 영력을 선물 교환하듯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이것은 돈을 매개로 상품을 주고 받는 것과는 다릅니다. 상품은 만물에 깃든 과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때문에 물건을 사면서도 만족할지 모르는 소외가 일어납니다. 나한테 어떤 영이 들어올지 내가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선민 선생님은 내가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영의 영향력이 세지고 약해집니다. 내가 내 안의 영을 관리해서 그 영이 더 좋은 영을 들일 힘을 갖게 하는 것이 애니미즘 세계의 윤리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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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6 20:59

    제가 이렇게 훌륭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게 하는 후기입니다! 충격입니다. 도대체 수정샘은 누구이시길래? @.@!!
    정말 영으로 충만한 선생님의 글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