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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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 18장 주문의 언어학적 분석
주문의 언어학적 분석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의 저자 말리노브스키는 주술 주문에 언어적 표현을 분석하여 원주민들이 어떤 사고를 하고 이것이 구체화된 사람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어왔는지 알고자 했다. 주술의 주문은 많은 부분 고대의 요소를 간직하고 있지만 시대에 따라 언어학적으로 첨가가 되어 계속 새롭게 변모해 왔다.
주술에서 사용되는 단어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의 언어에 속하지 않으며 옛말, 신화적 이름 등이 이상한 언어학적 법칙에 따라 형성되거나 합성된 단어이다(572쪽). 주술은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생각들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며 같은 단어가 일관된 의미를 갖지 않는다(572쪽). 주문은 의미의 논리적 연결이 아닌 주술적 질서에 따른 표현이다.
긴 주문은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두는 ‘원인’ 또는 ‘시작’을 의미하는 우우라(u’ula)이며, 두 번째 부분은 ‘몸통’과 ‘중심 부분’을 의미하는 탑와나(tapwana), 마지막 부분은 나무의 ‘끝 부분’, 오솔길의 ‘끝’을 의미하는 도기나(dogina)이다(574쪽). 마치 나무의 뿌리에서 시작해 몸통으로 그리고 가지의 끝으로 주문 전체가 가꾸로 놓여진 것으로 상상된다.
우우라는 주술적 의미의 독립적인 순환 체계를 갖는 고대의 잘 요약된 합성어들로 구성된다.
우우라의 시작 말은 간결하고, 예리하며, 함축성 있는 표현들로 전체적 이야기나 문자, 생각을 담아낸다(574쪽). 탑와나는 주문 중 가장 긴 부분이며 몇 개의 중심적 표현이 계속 반복된다. 탑와나에는 우우라의 결론에 해당하는 핵심 단어나 핵심 표현들이 여러 번 반복되며, 표현 사이 사이에 핵심 단어가 삽입되기도 한다. 핵심 단어는 음절의 중복, 복합, 또는 접사에 의해 변용되기도 한다(593쪽). 주술에서 표현이 실제로 암송되는 방식을 보면 시작하는 단어가 항구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강하고 멜로디를 담은 율동적인 억양으로 발화되는데, 이 방식은 주술사에 따라 달라진다. 도기나는 기계적이고 빠르게, 점차 목청을 높여가며 읊조려져 주문의 결과가 과장되고 강력한 언어가 될 것을 예고한다.
주문은 “의미와 소리 양면에서 표현”된다. 원주민들은 특정 단어나 말이 갖는 신비하고 본질적인 힘에 대하여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단어들은 그 자체의 힘으로 가치를 지니고, 원시시대부터 존재해 옴으로써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한다(596쪽). 그들은 말에 힘이 있어 자체적으로 행동을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주문에서 핵심 단어는 단순히 주술사가 행하는 행위를 묘사하며, 시작되는 단어와 핵심 단어로 대표되는 주문에서의 중심적 표현은 주문의 목표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카누 주술에서는 ‘속도’를 나타내는 단어나 구절을, 쿨라 주술에서는 ‘성공’, ‘풍부한 바람’, ‘아름다움’을 지칭하는 단어를 통해 주문의 목표가 드러난다. 음성학적으로 보면, 주문의 단어들은 일상적 언어와 다른 형식을 가지고 다르게 발성된다. 특히 핵심단어와 시작하는 말에 두드러지게 율동, 두운, 그리고 운의 효과를 만들어 내서 직접적인 의성어가 아닌 단어도 율동적이고 표현적인 문장이 되게 한다(597쪽).
주문의 의식적 전이의 수단으로 주술 의식에 사용되는 물체들은 주문의 목적, 예를 들어 빠른 속도가 중요한 카누 주문의 경우에 사용되는 말린 바나나 잎, 라랑 풀잎은 민첩함, 가벼움, 날아감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쿨라 주술에 사용되는 코코넛 오일에 삶은 향내 나는 박하와 생강 뿌리는 매력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을 염두에 두고 생각을 같이하고자 함과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