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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마음 인류학 에세이(1)] 번역하다

작성자
오월연두
작성일
2024-12-01 22:04
조회
93

번역하다

 

나는 <인문공간세종>에서 영어 번역 코너에서 필리프 데스콜라의 자연과 문화 너머를 번역하는 세미나를 담당했었다. 세미나원과 함께 서문, 추천사를 포함해서 3장의 앞부분을 110개월에 걸쳐 번역했었다. 시작할 때는 6명이었는데 마지막에는 3명의 사람만 남아 있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 바꾸는, 자연과 문화 너머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100여쪽의 페이지를 무려 8번의 시즌에 걸쳐 세미나를 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버거웠다. 번역은 영어 단어를 단순히 그 의미에 대응되는 한국말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의 사고 체계에 한국어 사고 체계를 억지로 애써서 끼워 맞추는 일이었다. 수로롭게 애를 쓰고 노력을 해야 번역을 할 수 있었고, 그것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최선의 선택들의 구성된 결과였다. 번역은 언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세계 끝의 버섯에서는 사쓰카 시호의 정의를 따라 번역을 하나의 세계만들기 프로젝트를 또 다른 세계만들기 프로젝트에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한다. 부분적인 조율이 일어나는 다양한 형식을 가리키는 말로, 언어도 그중 하나의 형식이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차이가 존재하는 장소를 교차하며 행해지는 번역이라고 하였다.(애나 로웬하웁트 칭, 노고운 옮김, 세계 끝의 버섯(현실문화), 119) 미국의 산림에서 채취되는 송이버섯이 일본의 송이버섯 상품 시장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공급사슬을 통해 가치가 기업을 위한 이익으로 번역된다고 말한다.

서태평양의 섬에서는 먹고 사는데 아무 소용이 없는 조개팔찌(므와리, mwali)와 조개목걸이(소우라바, soulava)를 부족 간에 교환하는 쿨라가 대략 2년의 주기로 행해진다. 이 두 종류의 물건은 닫혀있는 교역의 고리 안에서 각각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실용적인 물건들과 교환된다. 므와리와 소우라바는 일종의 사람이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명품처럼 조개 채집부터 조개를 갈아 구멍을 만들고 엮어내서 만든다. 그것들은 몸에 걸쳐 꾸미는 용도로 쓰이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크다. 막대기에 걸어서 보여주기로 사용되는 쿨라의 성공을 상징하는 트로피이다. 므와리와 소우라바는 쿨라에서 어떻게 번역되는 것일까?

나는 번역의 의미와, 번역의 태도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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