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종교 인류학


 

[세계 끝의 버섯] 1부 발제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12-02 14:13
조회
88

마음인류학/세계 끝의 버섯(1)/2024.12.02./손유나

 

 

세계 끝의 버섯 1부 발제

 

1989년 미국 오리건주는 목재산업이 활성화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좋은 목재가 고갈되자 목재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어 기업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떠나갔다. 이때 쇠락한 숲에서 야생 버섯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송이버섯은 생태가 교란된 곳에서 번식한다. 원자폭탄이 터진 히로시마에서, 무계획적 목재남벌이 지나간 자리에서 자란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번성하는 숲에서는 오히려 활엽수에 가려져 성장을 방해받는다. 폐허 속에서 자생하는 송이버섯의 생태와 상업이 다른 것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관찰하며 자본주의 너머의 다른 삶을 상상해 본다.

근대는 진보, 자립, 확장이란 단어로 설명된다. 진보는 민주화, 성장, 과학과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다른 것들이 하나의 시간, 하나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게 한다. 하지만 버섯은 불안정과 불확정(목적론이 없는 세계), 협력, 오염, 비확장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산업화의 약속이 무너지고, 기후변화 같은 불안정한 환경을 마주해야 하는 이제는 패치성이 갖는 풍경, 복수의 시간성, 인간과 비인간의 가변적인 배치, 즉 협력적 생존이라는 문제에 주의를 기울”(50)일 필요가 있다.

버섯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다. 과거 화전 농민이 살았을 때는 목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폰데로사소나무가 번창했다. 폰데로사 지대가 벌목으로 사라지고, 산림청은 산림보호를 목적으로 산불내기를 금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산불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로지폴소나무가 번성했고, 성장한 로지폴소나무 아래서 송이버섯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류 세력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버섯을 채취하는 난민과 같은 소수자들이 모여들었다.

송이버섯은 인간이 화전으로 태워버린 숲에서 소나무와 및 다른 생물종과 변형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송이버섯은 곰팡이의 자실체로, 나무에게 양분을 공급하여 척박한 터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은 나무에게서 탄수화물을 얻는 공생관계를 이룬다. “인간과 소나무와 곰팡이는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다른 생명체를 위해 동시적으로 주거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그것이 다종의 세계다.”(56)

협력은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을 수반한다. 다른 존재가 어떤 이유로 변하며 관계 맺은 다른 존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협력은 자립적 진화를 이루는 순수한 종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서로 오염됨을 말한다. 오염은 협력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다양성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오염된 다양성은 자주 무시되는데 오염이 탐욕, 폭력과 같은 추한 역사와 자주 연루되고, 근대 지식의 특징인 요약하기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송이버섯은 양식이 불가능하다. 플랜테이션과 농업, 근대 기계 산업화와 같은 대규모 상업화는 거리가 멀다. 또한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도 공장에서 규율에 따라 움직이고, 대체할 수 있는 인력과는 다르다. 버섯 채집인은 독립적인 사람들이다. 송이버섯 상업은 산업 경제개발을 통해 확장이 지나간 자리, 확장성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생겨나고 확장성 없는 생태적, 경제적 관계가 분출하는 지점”(89)을 응시하게 한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