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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마음 인류학 에세이] 연결하다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2-15 11:22
조회
103

연결하다

 

이번 시즌 마음의 인류학에서는 무문자 사회의 사람들이 자연과 연결되기 위해 집단의 편향된 사고체계에 의한 모순을 조정하는 관계기술인 토테미즘방식을 배웠다. TV 프로그램에서도 끊어진 관계를 다시 이어가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커플 연결 프로그램들이 성행하는 것을 보니 연결하다는 지금도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부족, 대가족이 해체되어 핵가족과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1인 가구가 성행하는 등 집단의 형태가 바뀌었는데도 연결하다는 왜 시대를 불문한 주요 키워드인 걸까?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쩌면 우리에게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어떤 공통의 내재적 사고가 무의식중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가 좋아라거나 무리가 낫지라는 판단은 모두 존재를 개체적으로 파악하기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했을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문명인의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를 야생의 사고라고 말한다. 토테미즘(신화적 사고, 주술, 구체의 과학)은 야생의 사고의 한 예로 인과율에 의한 결정론인 과학과 차이를 가지지만, 과학적 인식과 서로 대립하기 보다 포괄적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토테미즘은 동물, 식물, 사물 등 특정한 대상의 상징을 기호화해서 부족의 토템으로 삼고 인간종에게 그 성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무질서를 없애기 위해 자연을 도구로 삼아 인간의 삶을 해석하는 사고체계다. 무문자 사회 사람들은 이러한 개념 도구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다르지만, 문화적으로 같다고 간주하고 종적인 차원에선 같지만, 상징적으로 다르게 만들며, 자연과 거리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했다. 그들에게 자연과 연결하기란 끊임없이 창발하는 우발적 상황과 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거리 조정하기(재배치). 이러한 연결하기를 통해 압도적인 자연의 힘에 동일시되거나 수단으로 삼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무문자 사회의 포괄적 사고방식을 좀 더 살펴보자.

 

무문자 사회의 분류체계

토테미즘은 무문자 사회의 사람들이 자연과의 연결을 위해 집단의 편향된 사고체계에 의한 모순을 조정하기 위한 관계의 기술이다. 우리가 원시적이라고 일컫는 야생의 사고도 질서에 대한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 과학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야생의 사고가 낯선 사고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사고 속에 이러한 공통성이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관찰과 관계나 연관성 있는 것끼리 조직적으로 분류하는 조직화에 대한 요청은 무질서를 없애기 위한 공통적 욕구이지만, 주술이 미적 감각을 포함한 감각적 직관에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반해 과학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주술에 의한 결정론적 진리는 감각적 직관으로 포착된 것을 포함해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인과를 일대일로 대응하는 과학에 비해 총체적이고 포괄적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연결되기 위해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배우고 변별하는 전략적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무문자 사회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를 지배하는 논리는 자연과의 필연적 관계를 세우기 위한 변별적 구분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차이를 구별짓는 이러한 분류체계의 존재 여부는 우리에게 경계점과 기준이 주어지는 동시에 내용이 전달되는데 필요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는 것으로 텍스트를 해독하는 하나의 틀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계는 처음에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던 것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며, 부호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적합하고, 받아들인 메시지를 다시 다른 코드로 변환하거나 스스로의 체계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며 유연하다.

토템은 동물, 식물, 광물, 사물 등 특정한 대상의 상징을 기호화하는 것으로, 자연의 개체를 종 차원에서 일반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토템적 표현은 자연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 체계에서 문화적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진 체계로 이행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이행할 수 있는 부호를 말한다. 토테미즘이 성행했던 사회에서 하나의 사건은 단독이 아닌 필연적 관계의 응측된 표현이자 인과의 그물인 복합체로 인식한다. 이때 신화를 기반으로 한 사고의 틀은 집합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며 구조적으로 재배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건의 구성 요소들은 파괴할 수 없는 부속품으로 사용되어 목적도 되고 수단으로 쓰이게 되므로 소외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서 토테미즘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야 했던 원시사회에서 만물의 연결성을 인식하면서도 자연과 문화의 상보성을 고려해 인간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온 전략적이며 관계적 사고 틀이다.

 

토테미즘의 특징

이러한 종 조작매체는 첫째, 여러 수준에서 전개되는 이항대립의 논리체계로 종을 분류하고 통합하며 보편화와 특수화의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논리구조에 그치지 않고 행위양식을 금하고 명령하는 윤리적인 기초가 된다. 셋째, 공시태(共時態)와 통시태(通時態)를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토테미즘은 다른 여러 가지 분야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집단의 영토보다 훨씬 넓게 미쳐서 극히 미세한 부분에까지 여러 문화와 언어집단 사이의 관계가 통시적이고 공시적으로 연결된다. 토테미즘은 논리적인 측면에서 한쪽에서는 오직 명명(命名)만이 가능한 경계선 넘어서까지 체계 작용을 연장하는 구체와 개별의 방향으로, 또 다른 쪽에서는 추상과 범주체계의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는 사회학적 면에 있어서 개인의 신분 규정과 집단의 확장까지도 가능케 하는데, 같은 토템을 가진 모든 사람은 부족이 다르더라도 공통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서로 친척 사이라고 여겨진다. 이는 집단의 폐쇄성을 타개하고 무한에 가까운 인류관을 촉진할 수 있는 토테미즘의 본질적 기능을 의미한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토대가 되는 토테미즘이 지리적 개별화와 생물적 개별화에도 대응하며 우주체계와 연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체 해부학적 면에도 투영될 수 있다고 말한다. 토테미즘은 논리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지리, 영토, 생물적 해부학, 전쟁과 평화, 선과 악, 질서와 혼란 같은 사회적, 도덕적 양상뿐 아니라 씨족 의 토템과 관계한 집단명의 일부인 개인명, 고유명사, 개인의 심리, 기질이나 적성에까지 관련되어 인간적 삶의 행위 원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토테미즘은 동시태와 통시태를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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