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2주차 후기 “우리가 노래했다는 것을 잊지 마”
종교 인류학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8-11장 세미나 후기 2025-2-25 김유리
우리가 노래했다는 것을 잊지 마
2월 19일 세미나 후기
언어를 쓰는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기 전까지 인류의 조상의 소통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언어로 진화하게 된 전구체가 이런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론은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세계 속의 대응물을 지시하는 이름들이 낱낱으로 널려 있고, 그것을 적법하게 조합해 사용했다는 입장이 하나 있다. 다른 하나는, 단어고 문법이고 없는 한 덩어리로 내뱉어지는 관용적인 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이론에 따르면, 규칙만 습득하면 가지고 있는 단어를 무수한 경우의 수로 조합할 수 있는 현대 언어의 맹아를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사를 알아차릴 만큼 긴밀한 공동체에서 서로의 감정과 의도와 소망을 즉각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일한 소통 방식을 그리고 있다.
세미나를 이끄는 달 선생님은 전일한(holistic) 상태에 대해 환기시켰다. 전일함은 비분리, 또는 전분리의 상태다. 또한, 분리된 개별체들을 질서 체계에 따라 조직하는 상위 법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전일하다는 것은 분리로 인한 고립과 소외를 경험하지 않을 때 경험하는 충만감에 잠긴 상태다.
인류의 조상이 언어 발생 이전에 사용해온 의사 소통은 전일함을 특징으로 한다. 전일한 소통은 음악 같고 그림 같고 춤 같고 마임 같은 소리, 동작, 표정 등을 사용한다. 인류의 전일한 소통은 오랫동안 진화되어 왔다. 600만 년 전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이 다른 유인원들과 갈라지기 시작한 이래로 200만 년 전 직립한 인류의 조상들이 집단을 불리고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긴 세월 동안 전일적 소통이 진화했다.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등장한 언어가 의사 소통 체계를 재패한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다.
전일한 소통 안에서 나와 분리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는 나를 지시하는 단어와 다른 것을 지칭하는 단어를 구분하여 문법에 맞게 배열하고 조합한 것을 수신하고 해독하는 일련의 과정을 밟는 소통이다. 이에 비해, 전일하게 다가오는 음악에 대해 우리는 몸을 맡길 따름이다. 한 덩어리로 융합되어 충만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 전일한 상태다. 말이 필요 없는 하나 됨의 상태란, 종교성과 영성이 추구하는 우주적 전일함이다. 이러한 상태에 다가가는 통로를 여는 것은 언어보다 음악이 잘 하는 일이다.
달님은 전일적 느낌이 충족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 본성을 언급했다. 전체 속의 하나로 자신을 느끼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 쇠퇴하면, 사람들은 대중 집회, 콘서트장, 약물을 통해서 그러한 충족감을 추구하게 된다. 전일적 느낌이 채워지지 않으면 인간은 병든다. 그러므로 오랜 진화사를 거쳐 전일한 소통의 체계를 이어온 음악은 치유의 능력을 보유한다. 영성은 분리의 병을 앓는 인간을 근원적으로 치유한다.
달님은 스티븐 미슨이 음악의 진화담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우리가 노래했다는 것을 잊지 마” 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인간은 장구한 세월 동안 화목하게 교감하고 충만한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다. 전일함의 추억은 우리 몸 안에 남아 있다. 언어 이전에 진화가 우리에게 심어준 음악성과 함께 불려나와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