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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수요종교인류학 글바다(4)_신, 나로부터 가장 먼 타자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5-03-13 17:34
조회
17

수요종교인류학 글바다(4)_(‘내 안의 신을 찾아서순례기 쓰기)

 

, 나로부터 가장 먼 타자

2025.3.13. 최수정

 

주제문 : 나로부터 가장 먼 타자이다.

글의 취지 : 호모 사피엔스는 와 다른 를 인식하게 되면서 존재의 신비로움을 알게 된다. 인류의 타자 인식과 신성 발견 사이의 연관 관계를 탐구해보자.

 

우리는 종교인류학 공부를 위한 첫 책으로 스티븐 미슨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는 특이하게도 현재에서 과거를 되짚어보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는 순서로 나열되어 있다. 나에게 이것은 스티븐 미슨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순례의 여정과 같은 형식을 쓰고 있다고 여겨졌다. ‘순례란 내가 있던 장소를 떠나 누군가 지나간 길을 되밟아 가는 여정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그들과 일체감을 경험하고 영적 연결을 느끼는 일이다. 잊고 있었거나 중단된 연결을 생각하며 그것과 함께인 나를 느끼고 회복하는 길을 나서는 것이다. 나는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순례기를 읽으며 스티븐 미슨이 되짚어간 발걸음을 따라 인류 종교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신성이 가리키는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해 보려 한다.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저자 스티븐 미슨은 적은 규모로 안정적인 장소에 오래 머물렀던 네안데르탈인이 타자인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네안데르탈인은 를 분별하지 않은 채 를 분리 불가능한 존재인 하나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반면 급변하는 기후변화에도 한곳에 오래 머무르던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끝없이 걸어 나갔던 호모 사피엔스는 매번 새로운 타자(나 아닌 존재, ·식물은 물론 사물과 자연환경)와 만났다.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모든 것이 였다. 모든 너와 다른 를 인식하면서 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끝없이 고민했다.

와 함께 할 ’, 나아가 너와 나를 종합한 우리를 생각할 수 있게 된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것들의 무한한 종합을 가능하게 하는 상징적 사고를 발달시켰다.

다른 것들을 종합하고, 그 종합으로 다시 다른 것을 조합하고, 그것과 함께 다시 다른 것을 무한 종합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것들의 무한한 조합의 가장 큰 범주인 초월적 존재 을 발명했다.

무한한 다른 것들과 대면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필연적으로 다른 그들과 함께 할 를 발견하는 사고 체계를 발달시켰다. ‘를 발견하기 위해 경유해야 하는 타자 중 가장 먼 타자다. 타자들의 종합과 종합으로 만들어진 무한한 범주의 초월적 존재다. 나는 작게는 우리안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가장 크게는 안에서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끝없이 확장된 타자를 경유해 스스로를 인식해온 호모 사피엔스 종의 후예인 내가 무신론자라고 말할 때 나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영장류와 유인원과 구별해 주는 것이 타자를 알아보고 그 타자와 함께 나를 인식하는 것인데, 자기를 인식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타자 인식 사고 체계를 거부하는 일은 스스로 인간되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말할 때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타자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의 존재를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연결하는 자다. 연결된다는 지적 경험을 끝없이 탐미한다. 끝없이 나를 바깥과 연결할 때 나와 나의 외부를 구분할 수 없다. 나 바깥의 무수한 타자가 나와 연결된다면 그들 모두는 나의 일부고 확장이다. 타자들의 타자가 신이고, 타자들의 타자가 나의 일부일 때 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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