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나의 순례기 쓰기]글바다7, 내방신의 선물
내방신의 선물
○ 주제문 : 내방신은 나의 좁은 울타리를 흔든다. “이 세상에 ‘그것밖’에 없는 줄 아니?”라고 묻는다.
– 지고신과 내방신을 소개한다
– 우리나라에는 산신령(지고신)과 귀신(내방신)이 있다
–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귀신이 있다. 우리가 인과를 엮을 수 없는 곳에서 귀신은 출몰한다. 귀신은 우리의 경계를 뒤흔든다. 귀신은 무섭고 상종하기 힘들다. 마주하기 힘들다. 그들은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간다.
어제도 남편은 행사 기념품인 수건을 들고 퇴근했다. 학교 동기들이 모였는데 기념품이 있어야 학연 공동체의 소속감이 생기는 것일까? 고등 및 대학 동창회, 산악회, 바둑대회 등 각종 행사의 기념품으로 무난하게 쓰이는 것이 수건이다. 그리고 개업 기념품으로 흔하게 쓰이는 포스트잇과 우산, 회사 로고가 박힌 볼펜, 은행과 보험회사가 주는 탁상달력 등은 수시로 오고 가는 선물이다.
내가 각종 기념품을 반기지 않게 된 이유는 마지막 처리의 문제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을 받다 보니 아무래도 생활에서 잘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다. 그동안 받아서 모아놓은 수건만 해도 오래도록 쓸 분량이다. 가족들이야 선물과 기념품을 받아서 서랍에 넣어 놓으면 끝이지만, 주부 역할의 나는 이사도 다녀야 하고 항상 최종 처리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기념품 ‘안 주고 안 받기’를 소망하였고, ‘필요 없으면 받아 오지 않기’가 다음의 대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주는 대로 받아왔다.
하지만 내방신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의 바깥으로 찾아왔다. 내가 회사 동료가 열심히 준비한 수건 기념품에 대해 오해가 생길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다음 행사에는 기념품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보자’ 정도로 말해야 했는데 말을 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기념품을 싫어하는가 쪽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아찔한 일이 있고 나서야 내가 방점을 찍고 있는 중요성의 ‘바깥’을 생각할 수 있었다.
선물과 기념품은 많은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어떤 선물을 좋아할 것인지, 무엇을 얼마나 준비할 것인가,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디자인과 문구는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고 나면 물건을 주문해서 받고 운반하고 잘 나눠주어야 한다. 행사 후에는 미참석자까지 챙겨서 따로 보내기도 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누군가의 마음일 것이다. 행사에 관심을 두고 먼 거리까지 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물질적 표현이 기념품이었다. 행사 주최자가 느끼는 고마움의 양과 질은 다 다르겠지만 비슷한 류의 선물로 표현된 것이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생각해보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주 협소한 부분일 뿐이다. 어찌보면 행사 주최자를 고려하기보다는 내 귀찮음을 줄이려는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