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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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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1)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09-23 17:56
조회
53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주로 사는 바우어 새는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색깔별로 자기 정원을 꾸민다. 새 주제에!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고? 암컷을 꼬시기 위해 방법을 동원하고 자기가 꾸민 정원을 멀리서 감상한다니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사실 나 역시 색깔 구분해서 정리하고, 사람 마음에 들려고 애쓰고, 집 정리하고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이 당연한 행동이 새에게서 발견되는 일에 왜 충격을 받았을까? 네덜란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를 읽으며 그때의 내가 소환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은 높고 동물은 낮다는 뿌리 깊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한정된 시야의 폭을 조금 더 확장 시켜주는 것 같다. 나는 나의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을지 궁금해졌고 과연 그 깊이만큼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되는대로 좀 엿보고 싶어졌다. 나의 편견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나와 다른 존재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의인화

 

이해란 자연과학의 방법론과는 전혀 다른 것 일 터이다. 직감적인 통찰과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을 결합시키는 일은 동물 행동 연구의 과제인 동시에 기쁨이다.(프란스 드 발, 박성규 옮김,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51(수희재))

 

얼마전까지 특급 연예인만큼 이름을 날린 판다가 있었으니 바로 푸바오다. 나는 푸바오보다 푸바오를 알뜰살뜰 돌보았던 사육사 일명 푸바오할부지가 더 인상 깊었다. 할부지의 명성은 인품이 너무 훌륭해서나 사육사 경력이 오래되어서 라고만 볼 수 없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프란스 드 발은 동물과 가까이 접하고 있으면 그 동물을 이해하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본인도 학창 시절 갈까마귀를 키웠을 때 새끼 대는 몇 분 간격으로 배가 고파지는지, 어떻게 나는지 관찰하며 돌보았던 일화를 소개한다. 훗날 과학자의 삶을 사는 노르웨이 소년의 예에서 동물을 이해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소년은 꼼꼼한 관찰일지를 써서 당시에 누구도 밝히지 못했던 닭들의 사회조직을 알아냈다. 드 발은 동물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행동을 이해하고 답을 찾기 위해 의인화라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한편 의인화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동일한 선상에 인간과 동물이 올 수 없다고 전제한다. 우주가 하늘과 땅 사이에 수직으로 배열돼 있고, 생물을 높은 것과 낮은 것으로 구분하고 인간을 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두었던 카톨릭교회의 사고방식이 과학과 인문학 등 모든 분야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드 발에 따르면 인간은 의인화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기에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류학팀은 곧 동물원으로 유인원을 만나러 간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드 발의 책을 읽고 공부하면 침팬지를 전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세상 유일무이하고 나와 다르지 않는 생명체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이해한다는 것은 세심한 관찰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드 발이 서문에 초밥 요리사를 소개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3년 동안 초밥을 만들 수 없지만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심하게 관찰하고 탐색하고, 기다리고 알아내려고 애쓰며 어떤 상태가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초밥 요리사 초년생의 삶이다그럴 때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이다. 초밥 요리사가 3년 동안 애써서 얻는 것은 자기가 바라보는 세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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