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1)] 후기 – 차이를 발견하는 감각
가정, 지역, 국가와 같은 공동체에 과거부터 고유하게 전승되는 언어, 옷, 음식, 생활 양식 등을 문화라고 말한다. 문화는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종종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을 한다. 문화를 만든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는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깃들어 왔다. 나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이 동물과 다르지 않은 동등한 존재라고 말해왔지만 사실 동물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을 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음을 깨달았다. 인간이 걷고, 웃고, 싸우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동물들의 행동에도 다 저들만의 생각과 이유가 있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The Ape and the Sushi master』 의 프란스 드 발은 과거부터 꾸준히 전승되는 공동체의 삶의 양식이나 기술 등이 문화라면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일련의 행동들은 어째서 문화라고 인정하지 않는지 질문한다. 이에 프란스 드 발은 문화에 대한 좀 더 넓은 시야를 제시한다. “문화란 한 집단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이다. 그것은 같은 종일지라도 집단이 다르면 반드시 공유되지는 않는다. 문화에는 지식과 습관, 기능뿐 아니라 잠재적인 경향과 선호 등 타자에게 드러내거나 타자로부터 배우는 데서 유래하는 것이 포함된다. 집단 사이에서 지식, 습관, 기능의 체계적인 변화가 있고, 그 원인을 유전이나 환경의 요인으로 돌릴 수 없는 경우, 그것은 십중팔구 문화로 볼 수 있다.”(43)
동물 사회에서도 문화가 있음이 많은 연구 데이터들로 증명된다. 보노보 사회가 번식이 아닌 화해를 목적으로 성생활을 한다거나, 고래들이 사냥을 위해 복잡한 신호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코끼리는 집단 내에서 동료를 잃은 경우 슬픔을 공유하거나, 문어는 동료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 문화 속에 묻혀 사는 우리가 동물 사회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이에 프란스 드 발은 동물에 대한 의인화를 문제 삼는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 가까이서 관찰한다.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동물의 눈으로 그들의 조건 속에서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그들은 ‘박쥐라면 어떻게 느낄까?’라고 질문한다. (1) 동물 중심의 성숙한 의인화가 그들 세계를 이해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들의 현실 모습을 이상화하여 이 의인화에 오류를 범한다. (2)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동물의 불쾌한 면을 지워버리며 유아화하는 경우, (3)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동물을 어리석고 고집 세고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심어주는 풍자적 의인화와 같은 경우다. 가장 흔하고 쉽게 범하는 오류는 (4)감정을 중첩시키는 의인화로 집에 찾아오는 다람쥐가 자기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다거나, 반려 동물이 인간적 가족관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성숙하지 않은 의인화가 문제시 되는 이유는 세 가지 의인화 저변에 인간중심주의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인간만이 독차지한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들도 저마다 사회를 구성하고 전승되는 문화 속에서 문화를 이어가고, 만들어간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성숙한 의인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동물을 이해해야 할까? 그들의 문화까지 자세히 엿보면서 그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보노보의 성생활이 책에서 언급될 때마다 ‘좀 남사스럽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성 -> 부끄부끄’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이 사고의 회로에 ‘왜 이런 생각이 올라오지?’ 라는 질문이 생기고 꼭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그들을 보면서 배웠다. 다른 문화, 다른 생활 양식을 사는 존재들과 차이는 나를 보게 한다. 나 중심, 인간 중심에서 다른 생각을 하려면 다른 세계를 사는 존재들의 안경을 써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공부를 하다보면 내가 사는 세계에서 조금 멀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금세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 수밖에 없지만 인류학 세미나에서 차이를 발견하는 감각에 계속 접근해보자!^^ 곧 답사 갈 동물원에서 동물을 바라보며 그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상상해보고 싶다. 동물을 키우는 영상이라도 봐야겠다.
세번째 문단 : 프란스 드 발이 ‘의인화’를 ‘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동물에 대한 의인화’를 문제 삼는다? : 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주세요. 그런 다음 마지막 문단을 ‘의인화’와 관련해서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주 좋은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단은 아직 수정전인데 더 생각하고 고쳐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