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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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의 문화
마음 인류학 /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2) / 2024.9.30 / 손유나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의 문화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면 ‘꼭 사람 같다’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사람과 비슷한 표정으로 웃고 있거나,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잠자고 있기도 하다. 해부학적 구조가 다르기에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는 정도에는 제약이 있지만, 개가 사람의 행동에 관심이 보이고, 사람을 흉내 내는 듯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나와 근 10년을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3마리는 어떠한가? 고양이는 사람인 내 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종인 서로의 행동에도 관심이 없다. 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나는 묻게 된다. 고양이에게 문화는 존재하는가?
저자는 문화를 “한 집단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으로 “집단 사이에서 지식, 습관, 기능의 체계적인 변화가 있고, 그 원인을 유전이나 환경의 요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경우, “개체들이 서로에게 배우는 방식은 부차적이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배우는 것은 필요조건”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고양이에게도 문화가 존재한다. 다른 고양이에게서 그루밍을 배우지 못한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동물이 타자의 행동을 학습하는 주된 방법은 모방이다. 일반적으로 모방에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동일시로 상대를 인식하고 행동을 관찰해야 하므로 적의가 아닌 종류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목표의 이해이다.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을 알아야 모방 동기가 생긴다. 세 번째로는 도구의 조작법을 아는 배경 지식이다. 이 중 저자는 목표를 이해해야 모방이 발생한다는 조건에 반례를 제시한다. 침팬지의 일상생활을 보면 어린 침팬지가 연장자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수컷 우두머리 소코가 땅바닥을 두드리고 나무 조각을 던지는 과시 행동을 하자, 어린 수컷들이 몇 분 후 소코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한다. 아넴 동물원에 있는 암컷 침팬지 크롬이 등을 구부리고 걷자, 아이들이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크롬 뒤를 줄줄이 따라다니곤 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모방은 사회적인 동기로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어미와 힘센 수컷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동일시가 일어난다. 다시 말해 사회에 속하고 싶어 모방이 발생한다.
그런데 고양이도 사회에 속하고 싶어 할까? 고양이가 그루밍을 배우는 과정도 모방을 통해서이다. 어미 고양이를 따라하는 아기 고양이의 어설픈 손세수 짓 영상은 인터넷에 널리 퍼져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지인이 데려온 새끼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지 않자 해결책으로 다른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며칠 지내게 했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는 그루밍을 학습했다. 분명 고양이도 모방행위를 통해 행동 전달이 발생했지만 고양이에게 문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양이는 생후 3~4개월이면 어미에게서 독립하고, 독자적인 삶을 살아간다. 모든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모자 관계가 있고,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지나서도 무리 지어 사는 침팬지, 코끼리, 범고래 등의 사회적 동물은 분명 문화를 형성한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영역 동물은 어떤 사회압을 경험하는 것 같지 않다. 문화는 한 집단에서 발생하고, 문화의 형성과정도 지극히 사회적인 모방이라는 행위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동물의 문화라는 건 무리 지어 살아가는 동물에게 한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