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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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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2)] 집단 속 문화

작성자
강평
작성일
2024-09-30 17:14
조회
41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2)/241001/강평

 

집단 속 문화

 

생략할 수 없는 관찰, 지울 수 없는 본능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2부를 읽고 허남린 선생님의 임진왜란 연구와 프란스 드 발의 동물행동 연구 방법이 겹쳐 보였다. 이번 일요일 허남린 선생님과 <중세 여행기> 강항의 <간양록>을 공부했다. 주 줄거리는 강항이 정유재란 당시 양반으로서 전남 영광에서 일본 교토까지 포로로 끌려가며 가족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 본국으로 귀환한 이야기다. 그 기록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의 대승리 명량대전 이후, 실제로는 여전히 그 일대가 적국인 일본 배들로 도배되는 바람에 조선인이 대거 일본에 포로로 끌려가는 이야기가, ‘스치듯이나온다. 교과서만 보면 명량대전 이후 일본이 모두 도망가고 승리의 함성만 가득할 것 같지만, 강항의 기록을 보면 명량대전은 수많은 전투 중 하나로, 조선은 그 하나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자료를 면밀히 찾아서 보면 우리가 믿고 싶고, 알고 싶은 것과 실제는 차이가 난다. 이렇게 보면 기초 자료에 대한 검토와 관찰은 견디기만 해야 하는 일, 힘들게 죽 쒀서 누구 주는 헛일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관찰을 기꺼이 하고, 이에 집중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문화를 사회적 수단을 통해 다양한 습관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문화는 자연과 이분화되지 않고 자연 속에 널리 있게 된다. 동물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방하고 학습하고 배워야 한다. 자연에 문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 문화는 당장의 생존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 계속 있기 위해 사태를 파악하고, 집단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조직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침팬지들을 암컷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여러 손을 거쳐가며, 꼼꼼하게 털 고르기로 받아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집단에 속하고 싶은 것은 자연의 본능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한 문화이기도 한 것 같다. 이 부분만 봐도 본능과 문화를 이분화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와 실제 관찰

문화를 인간만의 것으로 한정한다면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할 필요도 줄어든다. 동물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동물에게 무엇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그 기대는 지적 호기심, 대상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기대는 발견의 토대가 되지만, 기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대와 충돌하는 실제사실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드 발은 과학의 거대한 진보는 이미 정리된 발상이 기대에서 어긋날 때 일어난다(207페이지)’라고 한다. 프란스 드 발은 제2부에서 지루하고, 긴 시간 동안의,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엄청나게 수고스러운 관찰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말하고 있다. 이 작업을 생략하고 이미 누군가 모아둔 데이터를 컴퓨터 작업이나 추론만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 발은 그런 대범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힘들고 소중한 기초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말벌취급한다고 평한다.

일본 영장류 학자들은 인도의 마른 원숭이의 유아 살해가 수컷의 번식 전략이며, 독자적이고 자족적인 고귀한 야만인의 이미지였던 침팬지는 실제로는 사회성이 강한 존재라는 것을 끈질긴 관찰로 밝혔다. 그들은 동물을 군()이 아니라 개체로 보고 인간이 인간마다 다르듯, 영장류들을 개체로 식별했다. 드 발은 일본이 원래 원숭이를 존중하고 신도라는 자연과 조화하는 종교가 있었기에, 서양의 인간 최우선의 집착에서 자유로웠던 배경도 이같은 획기적인 획기적인 접근법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고시마 원숭이를 관찰하기로 한 이마니시와 그의 제자들은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라며, ‘흥분에 못 이겨길을 나서, ‘고된 일을 시작한다. 드 발은 이 작업이 힘들고 수고스러운 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고구마 씻기 창안 원숭이 이모를 최초로 미토가 발견하고 이 놀이가 친구, 친구에서 가족 등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5년 이상 관찰한다. 행동 전파는 특별한 전수법이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비례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래저래 무엇이 되려면 우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바닷물로 고구마에 묻은 흙을 씻어 이빨을 보호했다면 이외에 다른 아이디어는 없었을까. 있었다. 2의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모래와 섞인 밀을 물에 던져 밀만 취하는 것도 한다. 또 물고기를 생으를 먹는 것은 연장자에서 시작해서 수평으로, 즉 고구마 씻기와 반대방향으로 전파되었다. 이에 고시마를 가지도 않고 방구석에 앉아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터득했다거나 전파 속도가 너무 느리지 않느냐고, 인간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 드 발이 일단, 적어도 보고 이야기하자고 할만 하다.

 

모방과 문화

동물이 인간이나 같은 종의 흉내를 내는 것을 두고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드발은 모방을 하려하는 대상을 알거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동일시, 모방하려는 목표의 이해, 그리고 배경 지식을 모방의 필요 조건으로 든다. 드 발은 개와 고양이가 인간과 근거리에 있지만 모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모방은 인간과 유사한 유인원들의 독특한 특징이다. 또 유인원들도 2번째 모방의 조건인 목표의 이해 없이 그저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목표의 이해란 무엇일까.

실험 결과 유인원의 모방 능력은 2살 인간 아기 수준이고 같은 종에서 길러진 유인원의 모방 능력은 떨어진다고 한다. 드 발은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을 모델이 익숙하면 유인원도 인간에게 뒤지지 않는다가 아니라 인간에게 길러진 유인원이 특별하다고 해석하는 학자들의 인간과 유인원에 대한 확실한 구분이 놀랍다고 한다. 드 발은 유인원들이 자기가 속한, 자기가 길러진 환경을 모방한다고 해석한다. 유인원들이 모방을 하는 것은 그 실험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침팬지가 함께있는 대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침팬지가 침팬지 무리와 함께 있으면 그 무리를 따라하며 유행이 생기기도 하며 집단이 함께 하는 놀이가 생긴다.

세계 최강으로 딱딱한 기름야자 열매 껍질 깨기는 길게는 3년을 연습해도 깨지를 못하는데도 어린 침팬지는 조금도 기세를 누그러뜨지 않고계속 한다고 한다. 열매 조각 하나도 얻는 것이 없이 말이다. 어미와 흉내 내는 놀이에 가깝다. 아이들이 지치지도 않고 집중해서 노는 모습과 침팬지가 어미를 계속해서 흉내 내는 놀이는 유사하다. 당장의 보상이라는 목적이 없어도 순수하게 사회 감정적인 관점에서의 모방이 있는 것이다. 산디에고 보노보 까막잡기 술래잡기 혹은 숨바꼭질, 동물원마다 다른 침팬지의 지방 사투리같은 다른 소리, 먹을 것이 아니라 안락함을 꾀하는 보쏘우 침팬지의 잎사귀 방석등 감정의 기능을 하는 여러 행동들을 생각해본다.

유인원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다른 유인원들이 언제, 어떻게 먹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꿍쳐두고 자기만 먹거나 다른 유인원들에게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거나, 못한다고 내버려둔다면, 피전승자가 잘 배우기는 어렵다. 사람이나 유인원이나 마찬가지다. 학습의 전제조건은 관용이다. 일본 원숭이는 서캐를 잡는 요령을 나이들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족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즉 그 집안 분위기에 따라 숙달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일부러 집단에서 어미 등 전승하는 자가 천천히 재연하거나, 다시 재연하거나, 자세를 교정해 준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문화를 전수하는 과정은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나의 등은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나의 등을 긁어주었을 때 상대도 이런 감정이면 좋겠다는 통찰, 감정 이입의 과정이 있어야 남의 등을 긁어주게 된다. 인간이나 유인원이나 관용을 베풀고 감정이입을 잘 하는 사람을 집단에 두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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