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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원숭이와 초밥요리사(3)] 친절한 자가 살아남는다

작성자
오월연두
작성일
2024-10-07 17:35
조회
214

241007_[원숭이와 초밥요리사(3)]_윤연주

 

친절한 자가 살아남는다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에서 프란스 드 발은 수아크 발림빙의 오랑우탄의 예를 들며 유인원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황과 대상에 적합한 도구를 개발하고 익히는데 관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다른 오랑우탄에게 볼 수 있게 하고 그들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충분히 시범을 보이는 관용이야말로 유인원이 타자를 통해 도구 사용법을 배우고 집단 전체로 전달하게 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핵심 요소이다.

관용은 또한 집단에서 튀는 행동을 하는 개체, 예를 들면 여키스 영장류센터 야외사육장에서 암컷 조지아가 먹을거리는 나누지 않고 다른 암컷과 소리 지르기를 하는 등의 소란을 피워도 용인해 주는 데에서도 작동한다.

관용은 같은 종의 집단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다른 종으로 확장되어 발현되기도 한다. 태국의 롭 부리(Lop Buri)에 있는 동물원의 어미 개는 호랑이 새끼에게 젖을 먹여 키웠다고 한다(352). 어미 개가 호랑이를 키우는 이타적 행동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자기와 같은 종을 도움은 자신과 가까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므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354). 그런데 개가 호랑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이익은 같은 종도 아닌 호랑이가 개에게 은혜를 갚을 수 없기에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프란스 드 발은 새끼를 키우고자 하는 모성 행위의 동기가 어미 개에게는 아무 이익이 없더라고 다른 종의 새끼를 키우게 했을 거라고 말한다. 어미 개는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행동을 어떤 의도도 품지 않고 단지 익숙한 본능에 따라 했다는 것이다. 이 행동은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남의 새끼를 돌보는 부적응이지만, 어미 개에게는 새끼 호랑이를 키우고 돌보면서 타자의 행복을 보는 기쁨을 느끼게 했을 테니 심리적으로 옳은 일이다(361).

TV에서 나오는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원칙만 적용되는 것처럼 그려진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적자생존의 인정사정없는 이기적 세상으로 말이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행위자가 행위의 의도를 인지하고 있을 때만 적용되는데, 호랑이에게 젖을 물렸던 암캐를 어떻게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유인원의 세계는 암컷과의 연합을 통해 힘이 다소 약하더라도 알파 수컷의 자리를 지키는 정치적인 곳이다. 또한 다른 침팬지의 고통에 등을 다독거리며 위로를 건네는 공감이 살아있는 곳이다. 유인원들은 공감과 연민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도 타자의 이익을 위한 행동도 한다. 유인원들은(그리고 개도) 나의 행복도 기쁘고 타자의 행복 또한 기뻐한다.

유인원에게 다른 개체를 괴롭히고 이익을 가로채는 일은 나쁘다는 도덕적 가치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도덕은 처음부터 존재한다고 말한다. 도덕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며 이는 감정을 통해 실행된다. 옳고 그르냐에 대한 논리적 판단에 수많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에 결정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는 도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 도덕적 감정은 만이 아닌 누구나그렇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사심 없음(disinterestness)’이 적용되는 개념이다(388). ‘사심 없음은 나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관용이다. ‘누가 더 친절한가로 보면 인간과 유인원 그리고 태국의 어미 개를 포함해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유인원 모두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이며 그 본성은 다름 아닌 관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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