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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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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 요리사](3)인간의 본성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0-07 17:54
조회
63

 

프란스 드 발이 아넴 동물원에서 경험한 몇 가지 일화에서 보면 침팬지 사회의 힘의 작동은 인간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상의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면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동료들로부터 위로받기를 바란다. 위로를 받으면 금세 용기를 얻기도 한다. 어느 수컷 둘이서 동맹을 맺고 서열 1순위 수컷을 쫓아낸 일도 있었다. 목적을 이룬 둘은 곧 경쟁 관계로 돌아선다. 서열 1순위 수컷이 돌아왔다고 착각하고는 다시 일시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기도 한다. 기회주의는 침팬지 정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데 인간의 정치 역시 같은 말을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은 힘이나 지배라는 말을 애써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음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정치뿐 아니라 육아, 섹스, 호르몬, 공격성 등을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가 동물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다른 동물과 비교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프란스 드 발은 우리의 자기인식이 동물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가 없고, 인간의 행동은 언제나, 다른 행동하는 생명체들과의 큰 맥락 속에 놓여 있다고 본다.

프란스 드 발은 동물들을 관찰할 때 일반적 이론이나 추상화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마치 일일드라마와 같은 각 개체들의 개성있는 삶은 일반화하기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아기 호랑이를 키워낸 개의 모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생물학적으로 무관하고 어떻게보면 어른 호랑이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개가 함께 지낼 수 있었을까?

모성 행위의 긴 역사를 거친 심리가 그 배경에 있다고 프란스 드 발은 이야기한다. 동물원 우리 안으로 떨어져 의식을 잃은 어린아이를 들어 올려 부드럽게 건네준 고릴라는 타자의 행복을 원했다. 침팬지의 공격에 희생당한 동료를 팔로 감싸고 등을 두드려주고 털 고르기를 해주는 건 친구를 위로하기 위함이다. 보노보 사회에서 관찰되는 감정이입 예들도 있다. 늙어서 나무에 오르지 못하는 어미에게 어른 딸이 과일을 가져다주고, 소란을 피우며 놀던 아이들이 병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 옆에서는 조용해지고, 늙은 수컷이 장님 암컷의 손을 끌고 다니는 등 타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발견된다. 유인원은 아니지만 산모 박쥐의 출산을 돕는 산파 박쥐는 출산 자세까지 가르쳐준다. 많은 영웅적인 행동들이 종래의 생물학적 설명에서 벗어날지는 모르지만, 그 저류에 있는 경향이 반드시 진화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물과 인간이 궁지에 빠져 있는 타자에게 구원의 손을 내미는 행동은 긴밀한 집단생활을 배경으로 진화해왔다고 프란스 드 발은 말한다. 동물과 인간은 보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돕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1985년 멕시코 지진 때, 구조견들의 행동에서 스스로 감정을 이입하여 우울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잔해 더미에서 생명의 징후를 감지하면 온몸으로 흥분과 기쁨을 드러냈지만, 죽은 사람밖에 나오지 않을 때는 축 처져 있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생존자 역을 맡은 한 수의사가 잔해 더미에 숨고, 개들이 그를 발견하게 했을 때, 개들은 무척 좋아서 짖어댔다. 살아 있는 인간을 찾고 구하는 기회 그 자체를 기뻐하며, 그 기쁨이 일종의 보수로 작용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공감으로부터 얻는 것은 보수라기 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보는 기쁨이라고 했다. 의도된 선행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는 예는 존재한다.

에드와르드 웨스터마크(Edward Westermarck)는 상대의 적대적인 행동에 대해 역시 적대적인 행동으로 앙갚음하는 보복 시스템을 응보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응보는 앙갚음이라는 의미를 넘어 서비스에 대한 감사와 보답 등 긍정적인 성향도 포함된다. 이 응보 감정이 인간 도덕성의 초석이고 본래 인간에게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 사이에는 연속성이 있다. 하지만 현대 생물학자들은 이런 관점을 지지하지 않았다. 타인은 상관하지 않고 이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원초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프란스 드 발은 모든 영장류에서 모자간 교미가 강력히 억제되는 점과 중국 결혼 풍습에 의거한 실험(아서 울프, 부부가 될 두 명이 어린 시절부터 같이 사는 민며느리제 vs 결혼 당일 처음 만나는 부부)의 결과에서 근친상간의 억제 경향을 본다. 천성과 교육에 의거하여 다윈주의 접근법으로, 인간 행동에 발달의 측면, 문화적 측면, 진화와 관련된 이유, 동물 행동과의 직접적인 유사점까지 적용하는 웨스터마크의 통합론적 관점을 지지한다.

프란스 드 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오늘날 이원론이 인기를 누리는지 묻는다. 프로이트는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초자아, 에로스와 죽음 등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고 문화란, 본능을 버리고 자연의 맹위를 지배하며 문화적인 초자아를 구축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의 관점에서 동물과 여성은 들어 있지 않았다. 더불어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가 주장한 자연의 저열함까지 헉슬리학파는 도덕이란 사악한 인간의 본성에 문화가 강요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웨스터마크는 공감의 능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많은 동물들은 서로의 괴로움이나 위험에 분명히 공감하고 있다. 같은 종의 동료가 고통스러워하거나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본 개체는 그 상황을 개선하려는 반응을 자주 일으킨다. 많은 동물들이 육아의 상황을 넘어서서, 혈연이 아닌 어른 사이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인의 괴로움을 보고 마음이 아파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충동이다. 웨스터마크의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의도를 설정할 필요도 없고, 또한 현재의 존재 방식과 바람직한 존재 방식 사이에 괴리가 있지도 않다. 도덕은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으며, 인간 본성의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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