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서론)] 민족지학자의 연구 방법론
민족지학자의 연구 방법론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의 저자 브로니스라브 말리노브스키는 민족지적 작업은 부족의 사회, 문화, 심리학적 측면을 총괄하는 전체를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17쪽) 사회, 문화, 심리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에 모두 한 번에 고려되지 않으면 바르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족지학 연구에서 연구 및 관찰 조건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직접적인 관찰 결과 및 원주민에 대한 진술을 연구자의 상식이나 심리학적 통찰에 근거한 추측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지학은 고정된 문서 형태의 자료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행동과 기억을 다룬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으로 만드는 과정이 민족지적 작업이다.
민족지적 작업을 위해 현지 조사를 할 때 연구자는 많은 상식적 규칙과, 잘 이해하고 있는 학문의 원리를, 조직적으로 인내를 갖고 응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뚜렷한 학문적인 목적을 갖고 일을 위한 적합한 환경에 연구자 자신을 적응시키며(연구 대상이 되는 부족들과 함께 살며), 방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많은 전문적 방법을 사용해 정리하고 처리했다.
저자는 민족학의 현지 조사는 3가지 방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58쪽) 첫째 부족의 조직과 그 문화를 명료하고 확실한 틀 내에서 기록해야 하며, 구체적이고 통계적인 기록이 이런 틀을 만드는 방법이 된다. 부족의 관습과 전체사회구조는 인간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제도란 전통의 심리적 힘과 환경의 물질적 조건의 상호 작용으로부터 저절로 생겨난 결과로, 이를 사람들에게 질문을 통해서 알아낼 수 없으므로 연구자 스스로가 사람들 속에 증거가 되는 구체적 자료를 모으고 스스로 일반적인 유추를 한다. 복잡하고 여러 의미를 가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정리하는 시도(constructive attempts)와 경험적으로 검증하는 노력(empirical checking)이 끊임없이 교대하며 되풀이되어야 한다. 이론 작업을 하면서 현지의 관찰을 교대로 배합해야 이론과 현상의 간극을 메꿀 수 있다.
둘째 이 틀 내에서 실생활에서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과 행동의 유형도 관찰해야 한다. 단순히 질문을 한다거나 기록을 계량화하는 방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은 그 실태를 실제로 관찰해야만 심리적인 면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사사롭고 내면적이며 친밀한 측면의 문제도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부족 내의 사람들 간의 관계 뿐 아니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부족원들과의 접족과 교제의 세부적인 과정, 행동의 분위기 등도 연구되고 기술되어야 한다. (52쪽)
셋째, 행동 이외에 정신–원주민의 견해, 의견, 발언을 기록해야 한다. 민족지학적인 이야기, 특징 있는 이야기, 전형적인 말투, 전승과 주문 등은 구비문학으로서 원주민의 사고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민족지학 조사를 위해서는 원주민 속에서 원주민의 일상을 살아가고 원주민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자가 부족의 일부분이 되어야만 조사하고 알아야 할 것이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되고 그 일이 일어나는 순간의 그들의 감정과 흥분을 알게 되고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와 그들 예의범절의 좋고 나쁨의 감각을 몸에 익히게 된다. 원주민이 갖는 사고방식 및 그들과 생활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들 세계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이해하는 것이 민족지학의 연구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