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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블루 머신] 후기 _ 나의 해조류 선생님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2-15 00:47
조회
62


바다는 하나다. 바다를 담은 용기의 모양이나, 그 바닥이 균일하지 않지만 지각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용기에 들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겨도 그 그릇의 형태에 맞추듯, 바다 역시 바다를 담은 용기의 형태에 맞추어 변화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위치마다 다르게 붙은 바다 이름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태평양의 물은 바람과 온도 그리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대서양의 물이 되고 인도양의 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블루 머신의 저자 헬른 체르스키는 바다를 담고 있는 용기의 형태가 바닷물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하고, 해양 엔진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번주 해양 인류학 시간에는 바다의 불규칙한 형태 때문에 바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공부했다. 예를 들어 대기와 표층의 경계인 해수면은 공기의 이동 즉, 바람에 의해 파도가 만들어지고, 해류라는 패턴을 만들며 이동한다. 우리가 아는 남/북태평양, 남/북대서양, 인도양에는 일정한 해류의 흐름이 있다. 표층 해류는 온도에 따라 따뜻한 해류, 차가운 해류로 나뉘고 어디를 흐르냐에 따라 그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이번 시간에 해수면 만큼 내 마음이 끌리는 곳은 바다의 가장자리였다.

육지와 해양이 맞닿은 곳은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충격을 견디는 자리다.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맞거나, 육지 절벽에서 가끔 떨어지는 흙과 바위에 부딪힌다. 하루 네 번 썰물과 밀물이 주기적으로 들락날락하는 통에 해안은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하고, 파도에 밀려온 무거운 자갈들이 바닥에서 굴러다닌다. 비가 오면 육지서 흘러내린 민물이 소금물과 번갈아 만나기도 한다. 쉴 틈 없는 변화의 현장에서 살아내려면 보통의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 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바다의 가장자리에서 대단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해조류가 인상적이었다. 

해조류의 특징을 알아보자. 그들은 빨리 자란다. 놀랍도록 빠른 성장 속도 덕분에 인간이 채취하더라도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빨리 자란다는 것은 영양소와 탄소를 빠르게 흡수하고 주위 광물질과 영양물질을 체내에 농축한다는 의미이다. 해조류는 바닷물에서 필요한 물질을 직접 얻기 때문에 뿌리가 필요치 않고, 밀물에는 바닷물이 가하는 충격을 견디고, 썰물에는 소금에 뒤덮여 탈수 현상을 견딘다. 또 바닷물의 수위에 따라, 견딜 수 있는 공기 및 자외선의 노출량에 따라 각각의 해조류들이 맞는 위치를 찾아 서식한다. 다시마 잎은 고무처럼 질겨서 양쪽으로 당기면 쭉 늘어나는데 이런 능력이 자신도 살리고 남도 살린다. 물살이 아무리 다시마의 윗부분을 잡아당겨도 지탱하는데 문제가 없고, 튼튼한 다시마 잎은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해 아래쪽과 뒤쪽 공간을 보호해 해양 생물의 거주지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소의 방귀는 메탄이 방출되어 지구온난화에 크게 기여하는데 해조류로 만든 동물 사료는 메탄 배출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끝이 아니다. 해조류는 인간의 체내 대사율 조절에 필요한 아이오딘 공급원으로 채식주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쩌면 해조류는 인류를 구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적어도 16,000년 전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인류가 동아시아부터 알래스카를 지나 아메리카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도, 해안에 형성된 다시마 숲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또 해조류가 그들에게 식용과 약용으로 쓰인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상황에 맞추어 흐름을 타고, 나를 바꾸고, 견디고, 적응하고, 스스로 양분을 쌓고, 자신이 존재하는 게 남을 살리게 되는 . 삶 자체가 이렇듯 한결같이 유용하고, 유연할 수 있다니. 해조류에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인류학 시간이었다.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김, 미역을 보면 이제 그전과는 다른 마음이 생길 것만 같다.

전체 2

  • 2025-02-16 12:38

    바다는 지각이라는 큰 용기에 담겨 있다, 그 용기는 불규칙하다. 이것이 바닷물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해양엔진을 작동하는 방식을 만든다. 캬흐
    해조류를 가끔 횟집 밥상에 올라오는 것, 미세플라스틱이나 각종 환경 오염에 좋은 음식으로만 생각해왔는데요.
    해조류의 생명력, 유연성, 그리고 놀라운 회복 탄력성에 감탄.
    피해자라고 소리 지르며,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민폐를 넘어선 광폭한 무리들을 보며
    아 이런 상황도 나에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더러워서,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고 거침없는 생명력, 회복 탄력성으로 이 또한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또한 (그냥) 지나가리라가 아니라요. 마시마 하이웨이를 건넜던 아주 오래 전 아메리카로 간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자연학 반장으로 체력이 탄탄해진 기헌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 2025-02-16 12:40

    한결같이 유용하다. . 나의 해조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