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해양 인류학


[블루 머신] 배우며 겸손해지기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5-02-17 18:00
조회
54

 

배우며 겸손해지기

 

내게 바다는 두려운 존재이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 속은 안전 장비 없이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잠겨버릴 수 있는 곳이었고, 높이 솟구치는 파도는 가까이 했다가는 언제든 나를 덮쳐버릴 것만 같은 예측 불가능한 괴물같이 보였다. 그들이 집어삼킨 생명들이 저 바다 깊숙이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시커먼 바다를 볼 때마다 몸서리쳤다. 그런데, 바다가 꼭 그렇기만 한가. 해변에 앉아 파도치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는 게 무념무상해지고, 에메랄드빛의 반짝이는 바다와 모래사장은 언제 봐도 너무 아름답다.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예측할 수 없는 바다 앞에서 내가 선택한 태도는 멀리서 바라보고 즐기기이다. 나는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후덥지근한 무더위를 사그라뜨려줄 휴양지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바닷물 속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다를 즐긴다. 가족 모두가 스노클링을 하고 바다 속 신비한 생명들을 만나러 들어가도 나는 배에 혼자 남아 구명조끼를 꼭 껴입고 바라보기만 한다.

바다를 두려워하기에 스스로 바다 앞에서 겸손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블루 머신(헬렌 체르스키 지음, 김주희 옮김, 남성현 감수, 쌤앤파커스)을 읽으며, 나는 지금껏 바다를 오만하게 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이 바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겸손해지는 방법은 배우기이다. 지구의 2/3는 바다로이루어져 있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는 대부분 이 사실을 잊고 산다. 나 또한 바다를 면하고 있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바다는 내 삶과 동떨어져 있었고 나와 무관한 배경에 불과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