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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해양생물 글쓰기] 전달자·표류자·항해자인 김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5-03-03 14:28
조회
31

전달자·표류자·항해자인 김

 

해양생물 글쓰기오켜니


  전달자인 빛과 소리는 바닷물과 함께 춤을 추며 정보와 에너지를 이곳저곳으로 전달한다. 바다 안으로 들어온 빛 중 녹색~청색광은 김의 광합성 색소에 흡수된다. 김은 이 빛을 이용해 자신의 화학적 엔진을 돌린다. 김은 바닷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영양물질을 만들어낸다. 김은 바닷속의 빛을 영양물질로서 우리에게 전달한다. 바다는 원자와 분자, 생물 표류자들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운송시스템이다. 김의 포자는 바다 운송시스템에 실려 조개껍데기 속으로 들어가고, 조개껍데기 속에서 나온 포자는 바다 운송시스템을 통해 인간이 설치한 김발에 뿌리를 내린다. 인간은 표류자인 김의 포자를 잡으려 노력한다. (오랫동안 경쟁자가 없었던) 감자칩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항해 중이고 인간은 김 양식장으로 더 자주 항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해조류 네 자매(four sisters)는 김, 미역, 파래, 매생이이다. 이 중 막내인 매생이는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해조류이다. 오랫동안 매생이는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의 눈에 띄면 제거되어야 할 존재였는데, 이제 어민들은 매생이 양식장에 나타나는 김의 출몰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김은 세계 각국에서 감자칩을 대체하는 건강한 간식으로 유명해지면서 언니 해조류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해조류 색깔에 따라 홍조류인 김, 갈조류인 미역, 녹조류인 파래, 매생이로 구분한다. , 미역, 파래, 매생이는 각각 다른 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있다. 해조류는 보색의 빛을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데 녹조류는 적색광을 흡수해서 광합성을 하고 흡수하지 못하는 색인 녹색을 띈다. 홍조류 또한 청색광을 흡수해 광합성을 하고 흡수하지 못하는 홍색을 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조류의 색은 각 분류군이 주로 함유한 광합성 색소가 어떤 색의 빛을 주로 흡수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녹조류의 주요 광합성 색소인 클로로필 a, b는 적생광과 청색광을 주로 흡수하고 녹색은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녹색을 띠는 것이며, 홍조류는 청색광부터 녹색광까지를 주로 흡수하는 홍조소(phycoerythrin)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핑크색 또는 붉은색을 띠는 것이다. 바다의 수면은 태양 빛이 갖는 모든 가시파장의 빛이 강하기 때문에 각 해조류의 주요 광합성 색소가 충분한 양의 빛을 흡수하게 된다.

  네 자매 해조류 중 김에 주목해보려고 한다. 나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 완도에서 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은 물김이 김 양식장에서 경매를 거쳐 바로 김 공장으로 가는 구조이지만 그때는 겨울 농한기의 논에 짚으로 된 구조물을 세워 바다에서 거둬들인 김을 직접 말리고 포장하였다. 농사라는 말에는 자연산 해조류를 경작하듯 키워온 우리의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선조들은 갯바위에서 자라는 톳과 미역에 물을 주고, 갯딱기(갯바위 딱기)를 해서 해조류가 자라는 토양을 돌보아주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김 양식자인 김여익은 1640년 경 참나무 가지에 걸린 이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나무를 갯벌에 꽂는 방식으로 광양에서 김을 양식하기 시작했다.

  김은 유·무성생식 과정을 모두 가지며, 특히 엽체에서 중성포자를 방출해 또 다른 엽체를 형성하는 무성생식으로 증식한다. 유성생식으로 만들어진 김 포자가 조개껍질을 뚫고 들어가 패각 사상체로 여름을 보내고, 가을 북서풍이 불 무렵에 김 포자를 방출하는데 이때 방출하는 포자를 김발에 붙여 김을 양식하게 된다. 김의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연결하는 매체가 조개껍데기임을 밝힌 사람은 캐서린 드류 베이커(1901-1957)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김을 많이 소비하는 일본은 지금도 영국인 학자 베이커를 기리고 있다.

 

<참고 자료>

1등급 건강식품인 제철 해조류 4총사(헬스조선 기사, 20091223)

해조류 질문 답변(국립수산과학원>국민소통>자유의견방, 202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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