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블루 머신] <블루 머신> 단상
2025.3.3./해양 인류학/블루 머신/손유나
<블루 머신> 단상
1. 움벨트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에서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움벨트는 동물의 관점에서, 동물이 가진 선천적인 성향과 지성을 바탕으로 동물이 인식하는 세계를 말한다. 이 세계는 객관적인 환경이 아니라 주체가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현실이다. 책에서는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소제목으로 움벨트가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려주었다. 움베트를 해양생물에 적용하여 생각하면 정말 오리무중이다. 인간과 박쥐는 둘 다 발로 땅을 딛고 중력을 버티어 내는데, 중력과 부력이 함께 존재하는 수중에서 발이 없는 물고기는 어떤 식으로 중력을 느낄까? 능동적으로 헤엄쳐 움직일 수 있는 항해자로 분류되는 생명체와는 같은 항해자로서 상상할 여지가 있지만 표류자로서 떠다니는 플랑크톤이나, 한 곳에 자리 잡으면 수백 년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물 산호초가 인지하는 세계는 상상 너머의 세계이다.
2. 에너지 순환의 낭비
우리는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가까이 두기 싫어한다. 그래서 오물을 물로 씻어내고, 바다를 쓰레기통 삼아 내다 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바다에 내다 버리는 똥은 사실 영양이 풍부한 덩어리다. 육지에 사는 인간이 배출한 인분은 육지에서 거름으로 쓰여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해야 하는데, 바다로 배출하면서 바다에 영양분을 과잉 공급한다. 그래서 유독한 해조류가 개화하거나, 산호초를 질식시키고, 습지를 썩게 만든다. 동시에 육지 토양은 영양 부족해지므로 합성 비료를 사용하는 낭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인간이 바다에서 대량으로 채취하는 영양분도 있다. 해양생물의 남획이다. 인간은 현재 몸짓이 큰 어류를 넘어서서 미세생물인 플랑크톤에까지 손을 미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크릴오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바다에서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고, 해양 생태계에서 순환해야 할 에너지가 대량으로 인간이 먹어 치우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한다.
한 어촌에서 적당히 일하고 쉬기 시작한 노인에게, 한 청년이 미래에 쉬기 위해서 현재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노인은 현재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미래에 쉬기 위해서라면, 지금 쉬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응수하는데, 이 이야기처럼 현재 인간은 바다와 참으로 불균형적이고 낭비적인 관계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