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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블루 머신] 훔볼트 해류가 키우는 가축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5-03-03 16:53
조회
35
해양 인류학(4) / 해양 생물 이야기 / 2025.03.03 / 진진

 

훔볼트 해류가 키우는 가축

 

얼마 전 두 청년이 옥수수를 직접 재배하며 농업의 산업화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King Corn>(에런 울프 감독, 2007)를 보았다. 나는 그들이 키운 옥수수가 인간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식감과 맛이 형편없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의 산업농장들은 그런 옥수수를 소비하고도 남아돌 정도로 많이 생산해낸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서이다. 수확된 옥수수는 대부분 가축의 사료로 소비된다. 해양 인류학 시간에 읽었던 블루 머신에서도 비슷한 해양 생물이 있었다. ‘페루 멸치가 그것인데, 페루 멸치는 멸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맛이 별로라고 한다. 그럼에도 페루 멸치는 그 수확량(무게)이 중국 잉어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식량 농업 기구. 2012) 주 용도는 상업용인데, 대부분의 페루 멸치는 미국의 옥수수처럼 가축 사료를 위한 어분으로 생산 소비된다.

잔멸치 중멸치 대멸치, 볶아서도 우려서도, 종류별로 구비하고 먹는 멸치의 많은 양이 가축 사료로 소비되고, 그 어획량이 전 세계 어획량의 40%를 차지할(1964) 정도라고 하니, 멸치는 해양 생물 중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이 아닐까 싶다. 블루 머신11장의 <층층이 쌓인 바다가 돼지를 기르게 된 사연>에 의하면 1972년 페루 멸치의 어획량 급감으로 영국 베이컨 가격이 2배 상승했고, 주간동아 사설(560, 2006.11.14, 김정금 JK 수리논술연구소장·제일아카데미 대표)에 의하면 페루 멸치의 가격이 일본 두부 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니, 페루 멸치가 우리 일상과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 멸치, 오늘은 그 중에서도 페루 멸치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로, 멸치속(Engraulis)의 어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9(Engraulis albidus Borsa;흰멸치, Engraulis anchoita C. L. Hubbs & Marini;아르헨티나 안초이타, Engraulis australis;호주 멸치), Engraulis capensis Gilchrist;남아프리카 멸치, Engraulis encrasicolus;유럽 멸치, Engraulis eurystole;은멸치, Engraulis japonicus Temminck & Schlegel;일본멸치, Engraulis mordax Girard;캘리포니아 멸치, Engraulis ringens Jenyns;페루 멸치)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연안에 서식한다.(20248월 기준, 위키백과 참고) 멸치는 크기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 작은 크기순으로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 청어, 디포리로 구분된다. 대멸부터는 7.7cm 크기를 넘어가서 볶음용으로 쓸 수 없고 국물용으로 쓰인다.(나무위키 참고)

유럽멸치는 영어로 앤초비라 하며, 페루 앞바다에서 잡히는 큰 멸치는 안초베타, 이탈리아에서 잡히면 아치우가(acciuga)라고도 한다. 캘리포니아멸치는 풍미가 한국멸치와 그나마 유사하지만 더 기름지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어보인 김려의 우해이어보는 멸치를 멸아(鱴兒), 말자어(末子魚)로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추어(鯫魚), 멸어(蔑魚)라 전한다. 잡아 올리면 급한 성질 때문에 바로 죽어 버린다 하여 멸할 멸()”자까지 붙였으니 멸치에 대한 선조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추어(鯫魚)라는 이름에도 변변치 못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멸치는 정어리와 친척 관계이고 입이 머리 아래 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미세하게 작은 이빨이 있다. 또한 눈이 머리 부분에서 입 쪽으로 치우쳐 있기도 하다. 한 해동안 산란을 하지만 주로 봄과 가을에 산란을 한다. 알은 타원형이고 산란을 하면 한 알갱이씩 뿔뿔히 흩어지며 퍼지게 된다. 갓 태어난 치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한 해가 채 되기도 전에 번식을 할 수가 있게 된다. 먹이는 작은 갑각류와 플랑크톤이며 수명은 2-3년이 된다. 크기도 작고 자신을 지킬 무기도 없는 멸치는 천적이 굉장히 많다. 가다랑어와 상어 같은 어식성 어류들과 갈매기, 바다오리, 펠리컨 같은 바닷새들과 바다표범, 물개, 바다코끼리, 고래, 돌고래 등과 같은 바다포유류, 바다뱀과 바다악어와 바다거북과 같은 바다파충류들과 문어, 오징어, 해파리, 대게와 같은 대형 무척추동물 및 갑각류와 절지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일용한 먹잇감이 된다.

그만큼 멸치는 바다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다. 또한 바닷물고기에서 개체수가 굉장히 많고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이며 수많은 해양생물들의 생태지표가 되기도 한다. 바다의 먹이사슬에서 최하위지만 그만큼 바다생태계에서 중요한 물고기이기 때문에 멸치의 개체수가 잘 보존될수록 건강한 바다라고 얘기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멸치속 중에서도 안초베타 또는 페루 멸치(영어: Peruvian anchoveta/anchovy, 학명: Engraulis ringens)는 멸치과의 바닷물고기이다. 안초베타는 남동부 태평양에 서식하는 대양(大洋) 어종이며,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꾸준히 잡히고 있다. 수명은 4살까지이며, 20cm까지 자란다. 영양 염류가 많을 때는 부화한 지 6개월 만에 벌써 8cm까지 자라기도 한다. 주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지만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유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이 어종은 거의 순수하게 어분(魚粉), 사료 및 비료를 만드는 데 쓰이며, 특히 어분은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좋기로 알려져 있다.

페루 멸치는 1971년 최고 어획량이 1,310만 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큰 변동을 겪었다. 풍성했던 1960년대 이후, 1972년 엘니뇨로 훔볼트 해수 순환 벨트가 영향을 받으면서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어 공급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줄어들게 되었다. 당시 따뜻한 물이 차가운 훔볼트 해류 위로 흘러들어와 열성층의 깊이가 낮아졌다. 그러자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더 이상 솟아오르지 않았고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이 감소하여 멸치의 먹이원이 고갈되었다. 1982~1983년의 엘니뇨 현상과 더불어 기록상 가장 강력했던 1997~1998년의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멸치 개체수가 감소하여 어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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