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해양 인류학


[해양생물 답사기]몸, 관계의 고리

작성자
강평
작성일
2025-03-03 17:27
조회
32

블루 머신(4)_해양 답사기_강평_250303

 

, 관계의 고리

 

바다 속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고래 골격은 2층 규모의 중간 바닥을 터서 구성한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먼저 고래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았다. 이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위에서 아래로 올려 보았다. 그 순간 나는 홈그라운드 육지를 잠시 떠나 낯선 바다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 <장생포 고래 박물관> 벽에 전시된 고래 뼈 일부분을 봤을 때의 편안했던 관람자 모드와는 달랐다. 고래의 육중한 실물 크기와 위용을 가까이서, 구도를 바꿔 아래에서 올려다보자 무서움마저 느꼈다. 고래 옆을 보니 물개 등도 실물 크기로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나는 내 머리 한참 위에 있는 고래의 배를 올려다 보며 블루 머신이 소개한, 떨어지는 고래의 똥을 귀중한 영양분으로 받아먹는 심해 동물을 떠올렸다. 이렇게 거대한 바다의 포식자를 인간이 사냥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해졌다. 고래를 비록 표본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 구도를 바꿔보니 고래와의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무서움이야말로 상대와 거리가 좁혀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전곡선사박물관> 특별전 <고기전>에서 나는 마트 정육 코너의 고기와 고기이기 이전의 생명과의 연결이 끊긴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마트 수산 코너의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사이 끊긴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토막 쳐서 부위별로, 봉지에 스티로폼에, 냉동, 얼음에 담긴, 원산지와 중량이 기록된 생명이었던 존재들. 나는 지난주 제철(?)이라는 줄돔, 일명 이시가리를 횟집에서 먹었다. 생각해보니 줄돔이 어떤 크기이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부위별로 다른 맛을 한 접시 가득 먹었다. 새삼 내가 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잡거나 요리하는 데에 힘도 쓰지 않고, 그에 비해서 너무 많은 양을 먹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먹는 고기, 물고기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쩌다 한 번 답사를 가서야 비로소 해양생물 존재에 대해 다시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차이는 내 몸이 고래의 골격과 직접 대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몸이 겪는 충돌

블루 머신의 저자 헬렌 체르스키는 책의 상당 분량을 할애하여 하와이에서 직접 카누 항해를 한 이야기를 다룬다. 기술, 훈련, 협업, 하와이 전통과의 합일에 대한 기쁨을 말한다. 해양물리학자가 과학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배를 타고 해양을 둘러보는 것 이외에 왜 카누를 타게 되었을까. 헬렌은 이 책 서문을 하와이에서의 카누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다는 위험하지만, 겸손한 태도로 바다를 탐구하면 바다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한다. 상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주 보고, 상대에게 다가가고, 상대에게 무서움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 시작은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번 주 동광살롱에서는 <킹콘>이라는 과학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킹콘>은 오하이오주 옥수수의 산업화 과정과 GMO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심각한 주제이지만 시종일관 고발 르뽀가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진지한 주제를 뚫고 나가서 아주 재미 있었다. 감독이자 출연자인 2명의 청년은 이 다큐를 찍기 위해 직접 1에이커(1.2만평)의 옥수수 농장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짓는다. 트랙터를 빌려 직접 운전을 하고 씨, 비료, 제초제를 뿌리고 수확하고 정부 보조금을 비롯한 손익 계산까지 마친다. 왜 농가나 시장을 인터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1년간 농사를 지었을까. 어쩌면 나는 당연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알고 싶고, 하고 싶다면 먼저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질적 풍요, 기계가 대신한 힘든 노동을 비판하지 않는다. 헬렌 체르스키가 현대인들의 행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을 일단 생각하고 현실을 마주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고래 배를 밑에서 올려다보며 다시 고래 똥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지난 시즌 부산일대 답사에서 고래가 부위 중 버릴 것이 하나 없이 기름, 고기, , 가죽 등으로 해체되어 다양한 용처로 쓰이는 것을 공부했다. 하지만 똥까지는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똥은 인간은 아니고 심해 동물에게 쓰인다고 한다. 심해는 수온이 낮고 영양분이 풍부하지 않은데 고래의 똥이 떨어지면 심해는 뷔페장이 열린다. 고래가 죽게 되면 whales fall이라고 해서 사체가 심해로 가라앉게 되는데, 장기 기증 그 이상으로 몇십 년 동안 심해 동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산란장으로 활약하게 된다. 고래의 남획은 단지 고래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래가 없으면 고래 똥도 없고, 심해 동물들이 먹을 것도, 로또인 whales fall도 없어지는 셈이다. 고래 남획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남긴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