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바다 인류] 항해, 문명 발전의 촉매제
항해, 문명 발전의 촉매제
파랗고 광대한 바다를 보며 우리는 그 너머에 있는 육지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할 관문, 인간의 발길이 쉽게 닿기 어려운 영역의 느낌을 받는다. 해로는 육로보다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는데, 일단 바닷길을 이용하려면 육지와는 달리, ‘배’라고 하는 이동수단이 있어야 하고 내가 원하는 쪽으로 쉬이 방향을 전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바다는 육지보다 덜 익숙하고 낯선 환경으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해양인류학에서 『블루 머신』, 『인류의 대항해』, 『바다 인류』를 읽으며 바다가 인류의 이동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인류의 발길이 닿은 적이 불과 몇 천 년 전이었을 거라 여겼던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바다는 오히려 육지보다 무겁고 큰 물자를 수송하기에 용이했고, 인류는 만 년이 넘는 과거부터 배를 만들어 연안을 항해했다.
학창시절 배웠던 4대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그 이유로는 강의 주기적인 범람으로 인한 주변 토양의 비옥함과 농업을 위한 관개시설의 용이 등을 배웠던 것 같다. 이에 더해 『바다 인류』에서는 문명이 발전되기 이전부터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원거리 해상 항해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문명으로 인해 원양항해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한 교역이 일어난 게 아니라, 원양항해가 문명의 발생을 촉진했고 이로 인해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다며, 저자는 인류에게 있어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강조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4대 문명은 강을 끼고 있고 이 강들은 모두 바다와 연결된다. 앞서 읽었던 『인류의 대항해』는 인류가 연안 항해와 기준 가시선 항해를 통해 바다를 항해하는 기술을 터득했다고 했다. 문명이 발생했던 지역은 모두 강과 연안을 통해 항해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곳으로, 항해를 통해 다른 지역과 지속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4대 문명을 시작으로 세계사를 배웠던 때와 달리, 『인류의 대항해』, 『바다 인류』는 해상을 통해 여러 곳으로 교류 확산해간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권력자나 국가와 같은 거대한 힘을 중심으로 해상 교역은 뻗어간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고 사람이 이동하기도 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은 선박들을 시작으로 교역은 확대되어 갔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런 점에서 지중해는 아주 중요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지중해는 섬들과 대륙으로 둘러싸인 넓은 바다로, 해상을 통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연안지역들과 교류할 수 있는 도시의 중앙광장과 다름없다. 도시의 광장과 다른 점이라면 지중해는 네트워크를 ‘안정적이거나 지속적이지 않고’ ‘가변적이며 복합적인 기능’을 하도록 유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제국이 등장하기까지 지중해를 통해 ‘사람과 물자, 정보와 문화 요소들’이 여러 방향으로 교환되었고, 이곳의 해상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한 다양한 문화들이 섞이고 전파되어 내륙으로 흘러들어가 문명의 발전을 촉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