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바다 인류] 1부 바다와 문명의 발전
바다 인류 1부
항해술, 비밀의 과학
항해자들의 해독, 거기에 필요한 신화가 구술로 전해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샤먼의 전통이 그렇듯, 이것이 엄선된 사람들에게만 전수되는 ‘비밀의 과학’이라는 사실이 새로웠다. 『바다 인류』에서 저자 주경철은 1970년대 이 구술문화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소개한다. 미크로네시아인 ‘마우 피아일루그’는 오래된 항해 지식을 바탕으로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별도의 항해 도구 없이 오직 별, 바다와 바람의 움직임, 새, 섬들을 관찰하는 것에 의지해 항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이 자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카누 바닥에 책상 다리를 하고 앉거나 누워서 바람이 일으키는 파도를 느끼고 해류 밑의 소리를 통해 먼 곳의 폭풍우를 감지했다.
그런데 이 능력은 아무에게나 공개되는 오픈 정보가 아니다. 전수 받을 사람을 엄선해서 구술로만 전해진다. 마우 피아일루그의 고향 캐롤라인제도에서는 1930년대까지도 선발된 5세의 어린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구술로 이 해독 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커서 16세가 되면 돌이나 나뭇가지로 항해용 별자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오직 구술을 통한 전수는 완전한 체화를 일차 목표로 하는 듯 보인다. 정보나 지식을 문자로 확인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알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상황에서 꺼내 놓아야 할 때 내가 그것을 온전히 알고 있지 못했음을 확인하고는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억은 몸을 기반으로 한다. 구술은 몸에 조상의 지혜를 기억으로 새기는 일이다.
어촌 네트워크
저자는 먼 항해와 먼 거리 교역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땅에서 구할 수 없는 원자재와 물건들을 주고받는 일이다. 해로를 통한다면 육로로는 불가능한 거리, 무거운 다량의 물건을 운송할 수 있다. 해상 교역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로 본 관점이 흥미로웠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원양 항해는 선사시대부터 이루어졌으며 가까운 이웃들부터 시작해 네트워킹의 범위를 점차 확대되어 갔다. 동시에 이 어촌 네트워크, 어민 공동체는 내륙의 농경, 목축 공동체와 교류가 이어졌다.
배를 제작하는 기술이 그렇듯이, 바다를 해독하는 능력은 교역 네트워크를 더 방대하게 하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저자는 말레이–폴리네시아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이들이 넓은 해역을 유목하듯 항해하면서 파도, 구름, 바람, 바다 생명들을 관찰하는 항해 전문가였으며 이들이 바다를 관찰하고 얻은 정보, 지식, 항해수로 상당한 수준의 원거리 소통이 가능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