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15장 미래를 예언하는 기계?_‘멈추어 둘러보면서 귀를 기울여라’
15장 미래를 예언하는 기계?_‘멈추어 둘러보면서 귀를 기울여라’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싶어 한다. AI를 통해 다량의 정보를 취합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자 보다 적중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AI는 미래를 예언하는 기계로서 각광받고 있다. 한편, 약 50년 전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인간이 고대하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라는 발상, 즉 좋은 기계와 기술만 있으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 기대가 어떤 특정한 형이상학적 문제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정해진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자유가 인간에게 없다는 가정이 있다고 했다.
AI가 그렇듯이 미래를 예측할 때는 과거, 현재에 대한 다량의 정보, 그 정보를 통해 유추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까 ‘미래는 대체로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280쪽)진다. 따라서 ‘과거를 확실하면서도 폭넓게 알고 있다면 미래는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280쪽).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체로’이다. 슈마허가 말했듯이 인간에게는 ‘신비로우면서도 제어할 수 없는’ ‘창조성의 자유’가 있다. 이 자유가 언제든 미래의 형성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니 과거의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기계라고 해도 미래를 절대로!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슈마허는 이런 점에서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예측이 적중했다고 기뻐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예상이 적중한 만큼 그 사회에는 인간의 자유, 선택, 창조성, 책임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유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예측 가능하며 인간의 자유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예측 불가능하다’(279~280쪽).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도, 관습, 습관 등에 의해 수동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혁신이나 변화는 모두 자신의 창조적인 자유를 한껏 발휘한 소수의 사람에게서 시작된다’(283쪽).
슈마허는 컴퓨터를 이용하면 다량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서 수식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주장에도 반대한다. 이런 기계가 내놓은 정량화되고 수량화된 결과에는 진짜 인간은 없다. 지난 시간에 우리가 주목했고, 이번 장에서도 슈마허가 자주 언급하는 ‘실질적’인 인간이 거기에는 없다. 기계가 다루는 숫자화된 인간은 기계화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얼굴 없는 회색의 모습이다. 슈마허는 이 장의 결론에서 ‘인간의 삶은 흥미진진할 정도로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래도 살 만하’며, 그래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기계의 예측에 압도되어 자신을 내맡기기보다, ‘상황을 침착하면서도 냉정하게,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인간의 성숙한 두뇌’를 믿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