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인류학] 나의 손으로 하는 일
인문공간세종, 2024 기술인류학, 나의 손으로 하는 일, 2024.11.21. 미자
책과 만나는 손
‘나의 손으로 하는 일’이라고 우선 내 손으로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일어나서 내가 손으로 한 일을 적어보았다.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한 일은 핸드폰 알람을 누른 거였다. 바닥에 있는 안경을 집어 들어 쓰고 거실로 나와 불을 켰다. 기술인류학 숙제를 해야 해서 컴퓨터를 켜고 자판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책도 들어 읽고 샤프를 필통에서 꺼내기도 했다. 출근 준비한다고 머리 감고 세수를 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사과, 고구마, 방울토마토를 꺼냈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기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물건을 잡고 끄고 넣고 닦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내가 별 의식없이 무심코 하는 일상의 행동에 손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손으로 많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상의 생활뿐만 아니라 직업으로 손이 필수인 경우가 있다. 피아니스트와 같이 악기 연주자나 외과의사가 떠올랐다. 『어떤 동사의 멸종』에 나오는 동사인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도 모두 손을 써서 하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내가 주로 손으로 하는 동작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컴퓨터로 하니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많다. 회계업무로 계산기를 자주 두들긴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도 컴퓨터로 글을 쓰니 역시 자판에 손을 올려두게 된다. 옆길로 빠져 유튜트를 클릭하면 순식간에 30분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책에 밑줄을 긋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니 손이 하는 일이 내가 있을 곳을 정하는구나 싶었다.
이 손의 범위를 넓혀보면 어떨까? 도구를 쓰는 것도 손이라고 볼 수 있다. 요리도구, 청소도구도 있지만 내가 손을 뻗어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이 도구이지 않을까 싶었다. 컴퓨터, 계산기, 연필, 형광펜, 책 등등. 지금 내 주위는 어떤 도구로 채워져 있나? 책이 가장 많다. 음.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군. 가능하면 책을 도구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