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강은 경계가 없다
기술인류학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 2024.11.27. / 진진
강은 경계가 없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 생각의 힘)은 감사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마르티아 센의 회고록이다. 그가 주로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은 다카, 만달레이, 산티니케탄으로 지금에는 각각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로 모두 다른 나라이다. 그가 태어난 1933년의 역사적 상황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책의 내용으로 유추해봤을 때 민족주의와 식민주의로 세계는 어지러웠던 것 같다.
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과 덕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세계 곳곳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삶을 살았다. 책의 시작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디가 가장 고향, 집처럼 느껴지는지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이 하나여야 한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던지는데, 그는 자신이 머물렀던 많은 곳에서 고향의 느낌을 가지며 가보지 않은 곳이라도 자신의 뿌리가 유래한 곳이라면 고향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이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벵골의 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는 인상적이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 지역은 국가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분쟁이 많고 변화가 많던 시기였다. 그의 삶을 보면 그를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가 헷갈렸다. 벵골의 강도 마찬가지였다. 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다고 그 시작점을 명확히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이 흐르면서 땅의 토질이나 인간의 힘에 의해서도 그 경로가 변화한다. 어딘가에서 갈라졌다 다시 큰 바다에서 합류하기도 하며, 이름 또한 하나가 아닌 경우도 많다.
‘강은 창조할 때도 파괴할 때도 종교 기반의 분리주의를 알지 못하며, 이 사실은 종교 분파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곤경을 상기시켜준다.’(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