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인류학]세상이라는 나의 고향(1) 타고르의 벽이 없는 학교의 자유
인문공간세종, 2024 기술인류학,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1), 2024.11.28. 미자
타고르의 벽이 없는 학교의 자유
올해 나는 남산강학원 토요글쓰기학교에서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로 최종 에세이를 쓰고 있다. 『학교 없는 사회』에서 일리치는 학교를 통해서는 보편교육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보편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차등 없이 제공되는 교육이다. 하지만 나는 일리치의 말에 완전히 동의가 되지 않아 학교와 배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마르티아 센의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읽고 3장 벽이 없는 학교에서 타고르의 학교 교육에 눈이 갔다. 타고르는 인도의 비참함의 탑의 유일한 토대는 교육의 부재라고 주장했다.(p.102-103) 그래서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것이 국가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즉 학교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타고르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 인도의 표준적인 학교를 끔찍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가정교사와 공부를 하였다. 그래서 타고르는 스스로 학교를 세우기는 했지만 급진적인 시도를 하였다.
‘그의 교육 방법이 취하고 있는 원칙은, 모든 것이 평화롭고 자연의 모든 요인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p.82) 이 말은 미국인 조 마셜이 1914년 산티니케탄의 학교를 방문하고 쓴 말이다. 좀 더 살펴보면 수업은 규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의무적이지 않고 야외의 나무 아래에서 교사의 발 앞에 앉아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수업 장소가 야외의 나무 아래인 것도 애사롭지 않지만 의무적이지 않는다는게 더 놀라웠다. 수입일수를 채워야 하고 개근상이 중요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이니 더 그렇다. 타고르는 어린아이들에게조차 자유를 매우 중요시했다. 나에게는 ‘학생 각자는 저마다의 재능과 기질이 있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적성과 소질이 있는 주제와 과목들에 끌리게 된다.’(p.83)라는 말이 참 이상적으로 들린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자유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나 싶었다.
아마르티아 센은 산티니케탄에서 공부하면 할수록 자유의 행사는 이성의 역량과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타고르의 개념이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자유를 행사하면 할수록 이성의 역량도 커지게 된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은 이성의 자유를 두려워한다. 타고르는 학생들이 이성의 자유를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길 원했다.
나는 이성의 자유를 나는 내가 이 과목에 끌리는 이유를 말할 수 있고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았다. 이런 능력이 커지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해결방안도 스스로 찾아볼려고 한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1900년대에 인도에서 이런 교육을 했다는게 놀라웠다. 물론 여기에는 타고르라는 인물의 영향이 크다.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타고르는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사상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