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2)] 정체성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부 / 기술 인류학 2024-12-04 김유리
‘벵골 사람’이란?
아마르티아 센의 정체성론
누군가에게 고향을 묻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유래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정체성 개념은 사람을 범주화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분리를 넘어서는 통합의 정체성 개념을 고민한다(212쪽).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자기 인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타고르가 옥스퍼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사례를 소개한다. 타고르는 자신이 “힌두, 무함마드, 영국”이라는 세 문화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왔다고 밝혔다. 저자는, 협소하게 고립되지 않는 폭넓은 기반 위에 자기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은 존엄하며 예찬할 만하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인도를 통치한 무슬림 군주 한 사람은 고대 산스크리트어 이야기를 매일 밤 계속해서 다시 듣고 싶어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것은 그 군주가 자신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 위에 비종교적 “유대감”을 추가로 구축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정체성은 강물처럼 합류하며, 지층처럼 쌓을 수 있다.
고향이나 집이 꼭 하나여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아마르티아 센은, 정체성이 단일하지 않다고 말한다. 센은 자신을 ‘벵골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그의 벵골 정체성은, 자신의 직업, 정치, 민족성, 인류를 포함한 자신이 속한 또 다른 것들에 대한 충성심을 제거하지는 않을 정도의 ‘덜 침투적인’ 벵골 정체성이어야 한다고 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