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인류학]세상이라는 나의 고향(2)_기근
기근
인도는 1943년에 200만∼3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벵골 대기근’을 겪었다. 아마르티아 센은 10살 정도의 나이에 이 기근을 접하게 된다. 저자 자신이 굶주린 것은 아니었지만 캘커타를 가기 위해 산티니케탄을 지나가는 굶주린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가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했을까. 아마르티아 센은 그 소리가 7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고 말한다. 그는 3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경제학자가 되어 기근을 연구한다.
기근의 조짐은 식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다. 벵골 대기근 때에는 쌀 값이 1942년 초에 비해 다섯 배나 뛰어올랐다.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면 저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득이 식품 가격을 따라갈 수 없어 기아를 피할 수 없다. 기근으로 가장 피해를 본 집단은 도시 사람이 아닌 농촌 노동자들이다. 여기에는 도시에서 소요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크다.
아마르티아 센은 기근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복잡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기근의 원인 대단히 복잡한 줄 알았다. 하지만 벵골 대기근은 그 당시 인도를 식민 통치하고 있었던 영국이 기근에 대한 이론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벵골 시장에 식품이 많으니 기근은 발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아마르티아 센은 후에 세계 곳곳의 기근을 연구하면서 기근은 ‘가용한 총식품량(시장에 전체적으로 식품량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이 아니라 각 가정이 가지고 있는 ‘식품 접근 역량(각 가정이 시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식품을 살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밝힌다.
인도에서 기근은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는 없어졌다고 한다. 인도에서 기근을 끝내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에서 직접적으로 들여온 민주주의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언론이었다고 센은 말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자유로운 언론이 보장되는 국가에서는 기근을 막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이니 정부는 기근을 해소하기 위해 즉각적인 노력을 한다.
나는 기근이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극심한 굶주림도 있지만 ‘도덕적 퇴락도 발생시킨다'(p.196)는 말에 유독 시선이 갔다.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에요. 우리는 짐승이 되었습니다.” 한 아이 엄마의 말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기아로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 상황이 부과한 벗어날 길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