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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인류학 에세이] 요리하다(2)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4-12-07 17:10
조회
53

 

요리하다

 

1. 요리하다 내 몸을 통과해 자연의 밥상이 될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2. 주제문 요리를 나의 먹음이 아님 자연의 먹음에서 생각하자.

 

어떻게 하면 같은 식재료도 더 맛있게 해서 먹을까. 후라이드와 양념밖에 없었던 치킨집에는 치즈 마요 갈비 매콤 마늘 등 치킨집인지 양념집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맛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새롭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식재료를 주고 누가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느냐를 두고 승자가 갈린다. 이렇게 요리는 음식을 더 맛있고 즐겁게 먹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과정이다.

기술인류학에서 함께 읽었던 전쟁과 농업에서는 먹는다는 일이 내 입을 즐겁게 하고 내 배를 부르게 하는 개인적 영위가 아니라고 한다. 그에 의하면 먹는다는 일은 내 입으로 들어오는 먹거리를 내 몸을 통과해 자연과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먹는다는 일이 이렇다면 그 먹음을 준비하는 요리하는 일은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요리는 내 입으로 들어오는 먹거리가 자연과 잘 연결되도록 하는 준비과정이 된다. 어떻게 요리하면 먹거리와 자연을 잘 연결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먹거리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전쟁과 농업의 저자 후지하라는 먹거리의 특징을 비내구성, 자연성, 정신의존성으로 본다. 지금은 먹거리가 단순한 물건이 되었지만, 먹거리란 썩기 쉬워야 하며 한때 자연의 생명이었던 것으로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먹거리를 이렇게 생각하면 요리하는 일을 단지 물건을 고르듯이 장을 봐서 보관해 뒀다가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먹거리란

부패하기 쉬워야 한다. 과하게 생산되고 불균형하게 소비되어 버려지는 현실을 생각해보기. 먹거리가 소비되지 않은 채 어마어마하게 폐기되는 현실을 생각해서 장을 보기. 식재료마다 알맞은 보관법을 알아보고 실천해보기. 먹을 만큼 구입하기.

동식물의 사체 덩어리다. 음식으로 쓰일 옥수수나 대두가 바이오연료가 된다. 생명이 연료로 소비된다.

신앙심이나 가족애 등 다양한 감정이 개입되기 쉽다. 종교나 가족 등 공동체에 의한 규제에서 식생활이 자유로워졌다. 소는 힌두교에서 신성한 존재이기에 먹으면 안 된다거나 개은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이기에 먹으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작동한다.

 

요리하다

요리는 자연의 재료를 먹을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디에 힘을 들이냐에 따라 요리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후지하라의 먹거리 조건을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면, 단순히 조리대 위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불 위에서 음식을 익히는 일에서 요리가 끝나지 않는다. 식재료를 고르는 일부터 보관하는 일,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일, 음식을 차려내고 뒷정리를 하는 일까지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 포함된다. 이 모든 과정이 먹거리가 버려지고 생명에 대한 감각을 가지는 먹거리에 대한 정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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