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노동의 의미
인문공간세종, 2024 기술인류학, 『어떤 동사의 멸종』(1), 2024.9.18. 미자
노동의 의미
1. 『어떤 동사의 멸종』의 저자는 콜센터 상담사와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물품을 상하차하는 업무를 직접 체험해 본다. 이 두 가지 직업은 대규모 단종이 예고된 ‘인간의 노동’이다(p.10). 그는 특정한 노동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고통과 욕망을, 그것들의 색깔, 냄새, 맛까지 전부 기록하고 싶어한다(p.10). 그 첫 번째가 콜센터 상담사이다. 콜센터 직원의 일은 고객의 분노와 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에 저자도 말한다.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p.11)라고. 그래서 처음 드는 질문은 콜센터가 왜 제일 힘들까? 이다. 감정노동자여서 제일 힘든 것일까?
2. 우리에게 ‘노동’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번다. 이렇게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간다. 저자는 콜센터 같은 일자리는 차라리 사라지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급여도 적고 처우도 열악하고 감정노동자로 이렇다 할 만족감도 주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로 나타나자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도 일하고 싶다. 생존에 있어 진실은 노동에 있어서도 진실이다(p.109)’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3. 1부 전화받다에서 콜센터 팀장은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티터에서 전부 확인한다. 나의 모든 동선이 전부 드러난다. 저자는 ‘회사의 숨결이 상담사의 피부에 항상 닿아 있다.(p.59)’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저자는 나와 회사 사이에 관리자가 어찌하지 못하는 어느 정도의 빈틈이 존재하기 마련(p.59)임을 말하다. 그렇다. 우리는 회사에서 회사 업무만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일하는 틈틈이 주역도 외우고 에세이도 쓴다. 이 빈틈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이 빈틈은 노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4. 까대기라고 하는 물류 센터 상하차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왜 일까? 단순히 몸을 쓴다고 해서 우울하지 않은 것일까? 젊다고 몸이 좋다고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이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까대기만이 전달해 줄 수 있는 성장의 감각 때문(p.174)라고 말한다. 몸을 사용한다는 것을 넘어선 그 무엇이 노동에게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