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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노동은 연결이다

작성자
미자
작성일
2024-09-25 19:55
조회
48

인문공간세종, 2024 기술인류학, 어떤 동사의 멸종(2), 2024.9.26. 미자

 

노동은 연결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이직은 한 번 했다. 전 직장이 조직 분리가 되면서 한 것이고 업무도 근무환경도 그대로라 이직인가 싶기는 하다. 이제는 이직을 한 직장도 다닐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일을 한다는 것, 노동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나에게 노동은 나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었다.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어떤 동사의 멸종에서 노동을 연결이라고 본 지점은 놀라웠다. 노동을 연결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부 전화받다에서 콜센터 상담사는 전화라고 하는 연결 속에 있지만 연결이 되면 될수록 자신은 일에서 소외되고 있다. 2부 운반하다의 물류센터 까대기 일은 육체노동이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해 성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내 삶이 전진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청소도 단순한 일이지만 성취의 감각(p.344)을 부단히 일깨워 준다.

요리를 하는 것도 저자는 기본적으로 요리하는 재미라고 한다면 맛을 창작하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내 가슴에 와 닿았던 즐거움은 연결의 감각이다(p.246)‘이라고 말한다. ’내가 여전히 유의미하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p.249)‘이 있으면 서울 변두리 지하 주방에 처박혀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연결의 감각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걸까? 연결은 일종의 성취감일까? 보람일까?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느낌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무리 적은 보수를 받고 외롭고 힘들어도 세상과 연결됨을 느낀다면 참고 벼르고 각오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연결에서 나는 요리하다에 나오는 총사령관님의 저녁식사가 떠올랐다. 그 연결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괴로움과 힘듬과 안스러움이 섞여 있다.

저자는 세상과의 연결을 막는 마음으로 나랑 상관없어을 들고 있다. ‘칼이나 총은 사람을 죽이지만 나랑 상관없어는 관계를 죽이고 환경을 죽이고 세상을 죽이는(p.385)’ 것으로 보았다. 이 마음은 나의 주위에 일종의 벽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벽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보지 않고 듣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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