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전쟁과 농업(1) 후기
안녕하세요~
후기를 맡은 미자입니다.
기술인류학 3주차 시간은 후지하라 다쓰시의 『전쟁과 농업』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요.
이번 시간에 저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기술 사용에 대한 감각의 변화였는데요. 도구 사용으로 인해 우리는 대상과 거리가 생기고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덤덤해지고 무뎌지게 되었습니다. 농업에서 트랙터의 사용은 토양의 온기와 땅 속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느낄 수 없고 농약은 해충 뿐만 아니라 다른 익충도 죽이고 탱크는 전쟁에서 썩어가는 시체의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게 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기술의 사용 더 근본적으로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사용은 농업에서 기계가 도입된 것과 같이 ‘편리한 일상생활에 대한 우리의 간절한 추구(p.19)’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분명 농업은 고된 노역이어서 기계의 사용은 농민을 해방시킨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술의 이중 사용(dual use)이 나타납니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든 기계가 도리어 우리를 해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트랙터가 탱크로, 화학비료가 화약으로 말입니다.
저자는 ‘기술’이라는 것이 인간이 자연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을 바꾸어놓기도 하는 것(p.25)이라고 보았습니다. 세탁기나 청소기로 예전에는 그렇게 자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이제는 날마다 하는 일로 되어 주부가 더 바빠졌습니다.
이런 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하고 더 신뢰할 수 없게 해도 이런 시스템에 일단 익숙해지면 이 시스템을 멈추기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겁니다. 이런 시스템 안에 살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사회 시스템의 근본에는 분업과 경쟁이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자라면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심지어 친구 사이에서도 경쟁의 구도로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경쟁은 결과를 놓고 다투는 것으로 삶에 활기를 준다거나 하는 경쟁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에 분업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분업을 하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오르게 되고 이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소한 일도 각자 나누어서 하게 되면 빨리 끝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분업이 진행되면서 내가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분업에 이런 면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지금 제가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노트북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지 못하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는 물과 식재료에 대해서도 어떤 경로로 내 몸 속으로 들어왔는지 모릅니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분업이 일어나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합니다. ‘내 삶을 외주화’한다는 선민샘의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지와 무관심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저자인 후지하라 다쓰시는 ‘여태껏 학문세계 밖으로 나가 발언하거나 학술적 문제와는 다른 언어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장을 확보하는 일’(p.16)을 말합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언어와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라는 얘기일까요? 글쓰기는 분업이 되지 않는데 글쓰기로 외주화된 삶을 조금이나마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을 더 바쁘게 만든다는 점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단히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기계로 인한 농사일의 분업과 무기로 인한 인간 몸의 분리, 그리고 이 둘의 연결이 정말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분업과 기술, 분명히 인간의 작업을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분업이 내 삶을 소외시킨다는 것, 좀 먹고살고자 만든 기술이 사람을 죽이는 데도 이용된다는 것은 여기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분업과 기술이 지금과 같은 경쟁의 시스템에서 사용되지 않는다면 좀 달라질까요? 우리는 지금 무엇을 못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