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전쟁과 농업(3) 관으로서의 인간
기술 인류학 / 전쟁과 농업(3) / 24. 10. 24. / 붱붱
관으로서의 인간
“우리는 누구나 삼라만상의 세계를 떠도는 의지할 데 없고 탐욕스러운 관(管)입니다.”(159)
후지하라 다쓰시는 <전쟁과 농업>에서 인간은 도기와 도기 사이의 존재이다(158), 인간은 세균의 생태계나 다름 없다(163)고 말한다. 나는 그가 우리에게 인간이 전지전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차라리 세균에게 좋은 생태계를 제공하는 데 우리의 가치를 되짚어봐야 않을까 묻는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해진 것은, 그러면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이다. 물론 먹는 일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세균의 생태계가 되고 모든 것의 거처 혹은 매개체로 있다 가는 것도 좋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그럼 먹기만 하면 되지 일은 왜 해야 하고 놀기는 또 왜 놀고, 글은 또 왜 쓰는가, 즉 먹기 외 활동의 이유가 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에는 먹는 행위와 멀어진 우리 일상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먹거리와 아주 관련있던 농업은 새로운 기술을 만나 점점 더 효율적인 (인간의 손을 덜 타게 되는 방향으로) 산업이 된다(1장). 근대의 전쟁과 정치는 죽음과 기아를 저편에 은폐시켜 놓고 ‘국민’을 아무 걱정 없이 먹게 했다(즉 ‘먹는다는 일’에 관심을 끊게 했다).
어쩌면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방황하고 외롭고 욕망이 가득한 관’이기 때문에(기본적으로 우리 안은 비어 있기 때문에), 이 위장부터를 잘 채워주는 것들부터 감각하는 일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세균을 비롯하여 우리를 먹고 살리는 ‘좋은 말들’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일 말이다.